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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11. 2022

아들의 축구대회

엄마의 첫 경험.

아들 두 녀석을 축구 교실에 보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유치원에서 문화센터, 방과 후 수업처럼 운영하는 축구교실이라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두 아들 녀석도 하고 싶어 했다. 남자아이들에게 축구란 엄마는 알 수 없는 어떤 동경의 느낌이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안 그래도 저녁 먹으면서 꾸벅꾸벅 조는 둘째와 툭하면 입안이 허는 구내염이 오는 첫째 모두 체력 소모가 큰 축구교실을 보내기에는 엄마로서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결국 보내게 된 축구 교실, 어제는 축구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축구대회라 별 건 없는 듯했고, 나는 축구 교실에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통솔해 가는 건 줄 알고 옳다구나 하루 쉬자 하고 신청해 준 건데 부모가 데려와서 응원하고 데려가는 일정이었다. 하필 날씨는 왜 갑자기 이렇게 비도 오고 추운 건지. 옷을 껴 입고 따뜻한 물과 핫팩을 잔뜩 챙겨 나갔다. 바깥에서 진행되는 대회라서 애들 감기 걸리기 딱 좋으니 엄마는 언제나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조금 덜 해졌지만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미열만 있어도 등원이 불가했고, 콧물에 얕은 기침이라도 조금 콜록 였다 하면 등원은커녕 외출도 삼가야 하는 시절을 보냈으니 아이들의 감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큰 아이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축구를 잘한다고 했다.(참고로 일곱 살) 인사이드로 뽈도 차고, 아웃사이드로 뽈을 잡고, 꼴도 넣고, 코치님이 하라는 대로 트래핑도 하고 태클도 배웠다고. 아이가 저 스스로 잘한다고 뽐내는 말을 곧이들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 이 축구교실 잘 가르치네. 자존감 하나는 뿜 뿜 올라오게 만드셨구먼.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이는 축구대회를 한 달 전부터 손에 꼽고 꼽아가며 기다렸다. 트럼펫도 받고 선물도 받을 거라며. 트럼펫 받아서 나발 불려나보다 생각하며 트럼펫 아니고 트로피? 하고 알려주기도 했다.


경기 전 몸풀기


축구대회 당일. 무려 정조대왕배 축구 페스티벌이었다. 올해로 제2회. 정조대왕이 알고 계시려나. 여하튼. 꼬망이들이 모여서 으쌰 으쌰 몸도 풀고 콘을 세워 두고 왔다 갔다 뛰며 준비운동을 하는 걸 보니 그럴싸했다. 엄마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축구교실. 남자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 축구 교실이었지만 뛰는 애들은 다 남자아이들이었고 여자아이들은 하고 싶어도 저 틈에 끼어하기 힘들겠다 싶었다. 대망의 휘슬이 울리자 모두 공을 향해 달리는 개떼 축구가 시작되었다. 절로 육성 웃음이 나오던 순간. 쟤네들 규칙은 아는 건가. 어느 골대가 자기 골댄 줄은 알고 뛰는 거야?라는 부모들의 웅성거림. 한 게임에 10분 내외로 진행되는 아이들의 축구경기는 그 나름대로 골도 나오고 세리머니도 하고, 돌아가며 장갑 끼고 골퍼도 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원래 세경기를 예상 하였는데 비 오는 추운 날씨에 결석 한 친구들이 많아 땜빵으 경기를 더 뛰는 듯했고, 아이들은 신나게 날아다녔다. 부모들이, 아니 내가 지칠 뿐. 도대체 언제 끝나나. 모두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선수상 트럼펫을 당당히 받아 들고 무사 귀환한 아이에게 잘했다 멋졌다며 무조건 적인 칭찬을 퍼부었다. 이제 얼른 집에 가자고.


참가 자격이 없었던 다섯 살 둘째.  자기는 안 끼워 줘서  삐졌다.


아들만 둘을 키우며 딸만 셋 있었던 우리 친정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을 종종 맞닥뜨리지만, 축구 대회는 정말 신선했다. 시대가 바뀌어 그냥 동네에서,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것이 축구 교실에서 코치님께 배우는 형태가 된 것도, 축구 대회도 있고, 이기던 지던, 상대팀과 인사하고 우리팀끼리 파이팅을 외치는 것까지 하는 모든 것이 놀라운 엄마 1인이었다. 아이들을 축구 교실에 보내며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해 저들끼리 뛰어놀며 사회성을 배우는 시대는 지난 건가, 공놀이까지 선생님이 필요한가, 그럼 아이들은 자율성, 창의성을 어디에서 배우는가 하는 염려는 일리는 있지만, 일단은 기우 杞憂 인 걸로. 저들끼리 파이팅을 외치며 소속감을 배우고, 이기고 지는 승복을 배우고, 상대 팀과 인사하는 매너를 익히는 것은 어른의 도움이 조금은 필요한 영역이니 말이다.


대회를 마친 아이에게 결과를 물으니 모른단다. 우리 아이만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아마 여러 경기를 정신없이 뛰기도 했고, 축구 규칙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없는 듯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 엄마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걸 배우고 왔으니, 아빠와 하는 공놀이의 수준을 벗어난 경험을 하고 왔으니.


참고로 감기는 내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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