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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Nov 06. 2022

대기업 과자 따라잡기

승자는 누구일까요? 그때 그때 달라요.

 엄마표 간식을 자주 만든다. 주로 머핀, 쿠키일 때가 많지만 가끔 대기업 따라 하기 프로젝트로 초코송이, 빼빼로, 초코파이, 등도 종종 만들었다. 주로 애들하고 같이 만드는데 아이들은 자기의 손 끝에서 마트에서 파는 과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매우 신기해한다. 집에서 이런 것들을 만들어 줘서 아이들 입맛이 매우 고급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고래밥, 새우깡, 닭다리와 같은 유탕 과자류를 더 좋아한다. 엄마랑 자주 만드니 집에서 빵 과자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큰 감흥도 없고 먹는 것보다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들어간 재료는 밀가루, 소금, 물, 버터, 딸기잼, 설탕 뿐이었다. 심플한 성분, 엄마표 간식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어제는 후렌치파이를 만들었다. 파이 반죽을 얇게 밀어서 가운데를 꾹꾹 누른 다음에 딸기잼을 올리고 설탕을 솔솔 뿌려 구우니 달콤 고소한 냄새가 온 집을 휘감는다. 오리지널 제품과 비교해 보았는데,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다. 해태의 빅 후렌치 파이는 버터의 향과 약하고 과자의 결의 바삭함도 부족하다. 하지만 적당한 맛이 있다. 느끼함도 적당, 달콤함도 적당, 여러 개를 홀랑홀랑 집어 먹을 수 있는 그런 질리지 않는 맛이 있었다. 내가 만든 후렌치파이도 아주 훌륭했다. 파는 것처럼 일정하고 매끈하진 않았지만, 비싼 버터를 사용한 보람이 있게 버터의 향과 고소함은 공장 과자가 따라올 수 없었다. 게다가 사용한 딸기잼도 무려 본마망의 잼이니 잼의 새콤 달콤함도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다만, 맛이 너무 진하고, 강하고, 고소해서 한 두 개 먹으면 질리는 감은 있었다. 뭐가 승자일까. 일단 아이들은 빅 후렌치파이의 익숙함에 손을 들었다가 한 개를 다 먹고 나서 더 먹을 것이 없어지니 그제야 엄마표 파이에게 최종 승기를 들려주었다. 쪽수로 이긴 것 같아 맘이 좀 그랬다. 맛은 있었지만 뭐랄까, 빅 후렌치파이가 귤이라면, 내가 만든 파이는 한라봉이랄까. 여러 개 편하게 까먹기는 귤이 낫고, 한라봉은 하나면 족하니 말이다. 강렬한 새콤함은 오히려 호불호를 가르기도 한다.


 

아이들과 빼빼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몬드를 막대로 부수고, 엄마랑 쿠키를 길게 빚어 구워서 그 위에 초콜릿 커버취를 바르고 부순 아몬드나, 때로는 오레오 쿠키를 때려 부수어 바르기도 한다. 물론 맛있지만, 하나 이상 먹기는 힘들다. 크기도 크고 달기도 달다. 맛있다. 그래 많이는 못 먹는다. 파는 빼빼로는 앉은자리에서 한 곽을 다 먹는데 엄마표 빼빼로는 많아야 두 개, 그 이상은 안 먹는다. 엄마표 빼빼로가 과하게 초콜릿과 토핑을 바르는 것 같아도 섭취하는 당류와 칼로리는 왠지 비슷할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총량 불변의 법칙인 건가.



 애들과 만들기 가장 쉬운 것은 초코송이였다. 초코송이 틀 맨 끝 부분에 색깔 있는 초코펜을 조금 짜 넣고 그 위로 까만 초콜릿을 넣은 뒤 막대과자를 꽂아서 굳히면 초코송이가 완성인데 끝부분 색깔이 다양하게 나오는 것이 신기해 몇십 개를 만들어 여기저기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홈메이드 초코송이는 파는 초코송이와 가장 느낌이 비슷하다. 더 묵직하거나 달고 질리는 느낌이 없고 그냥 훨씬 더 맛있는 초코송이를 먹는 기분이었다. 첨가물 적은 밀크 초콜릿 커버춰를 쓰니 상온에서 좀 묻어나게 녹기는 해도 첨가물 적은 훨씬 건강한 간식일 것이다.


퇴근한 아빠가 어! 고구마네! 아니네 고구마인줄 알았는데 빵이었네! 하고 폭풍 연기를 해 주어 더 신났던 활동.

자색 고구마 가루를 이용한 고구마빵도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이건 깨찰빵 믹스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고구마 모양으로 조물조물 빚어서 자색 고구마 파우더를 묻히고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 장식을 한다. 고구마의 울퉁불퉁함을 표현하는 것인데 콕콕 찌르는 게 뭐라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동글동글 빚어 굽던 깨찰빵이 고구마 모양으로 변신을 하니 그것 또한 재미있었다. 콩가루와 검은깨 가루를 조금 섞으면 감자모양도 가능하다 하는데 그것까지는 안 했다. 한 번에 한 개, 그것이 나의 한계.


얘들아???


허니딥 카카오 도넛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이거는 애들이 할 게 없어서 나 혼자 만들어 구워 두었더니 애들이 구운 줄도 모르고 몇 번을 불러야 와서 한 두입 먹었던 기억이다. 던킨에서 하나 사서 먹을 때는 서로 더 먹겠다 난리인데 집에서 한 판 구워 놓으니 정작 도도한 고양이처럼 초연하게 군다.


수제 초코파이도 만들어 보았다. 초코빵을 먼저 구워 놓고 마시멜로를 넣어 겉면에 초콜릿 코팅을 하였는데, 여기저기 나누어 주려고 여러 개를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초콜릿 코팅을 하며 손으로 초콜릿을 찍어먹는 바람에 선물하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몇 날 며칠 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다. 아이들에게 쿠킹이란 오감 놀이에 가까워서 말릴 새도 없이 따뜻한 초콜릿을 손으로 찍어 먹고는 영구처럼 웃고 있어서 혼낼 수도 없었다.



여러 가지 간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중 가장 비추하는 것은 붕어빵이다. 붕어빵은 정말 사 먹는 걸 따라갈 수가 없다. 팬케이크 반죽을 이용하였더니 빵 맛이 너무 강해서 단팥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적당히 묽고 바삭해야 하는데 그 비율은 절대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굽는 시간도 모르겠어서 여러 번 뒤적이며 열어보았더니 식감이며 뭐며, 붕어빵은 사 먹어야 한다는 진리만을 마음에 새겼을 뿐이다.         


집에서 간식을 만드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만드는데 보내는 시간이며, 포장 재료까지 구매하는 비용, 망쳤을 때의 낭패감, 다 만든 후 설거지옥을 경험할 때의 현타. 다신 안 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개미지옥처럼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 바로 홈베이킹이다. 아몬드 가루가 남아서 밀가루를 사고, 코코아 가루가 남아서 버터를 사다 보면 계속 계속 집에 재료가 생기게 되는 판이라 절대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 먹는 구움 과자류가 많이 비싸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드는 손, 포장하는 손, 설거지하는 손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더욱 든든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수제 과자는 비싸지 않다. 게다가 내가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정갈하고 예쁘게 만들어 판매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공부하고 연습했을까 생각하면 정말 리스펙, 엄지 척만이 나온다.  


집에서 버터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는 하루. 우리 애들은 그것이 된장국 냄새만큼 익숙한지 이제 예전만큼의 큰 감흥은 없지만, 이 또한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어떤 요소가 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마가렛뜨 만들기. 달걀물을 바르고 젓가락으로 긁어서 모양내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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