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이 왔다. 작년보다 10kg 넘게 체중이 증가했다. 체중계의 숫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걸 보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며칠 전부터 오큘러스 캐스터 2로 운동 중이다. 운동을 하다 보니 3년 동안 다듬기만 하며 허리춤까지 기른 머리카락이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6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자려고 뒤척 일수록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원래대로라면 10시쯤 남편의 '아침 먹게 일어나~'라는 소리에 깼을 텐데.... 다이어트하느라 배가 고파서 그런가...라는 혼잣말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갔다. 살이 얼마나 빠졌나 체중계에 올라갔다 무심코 거울을 봤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보는데 자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고... 결국 사고를 쳤다.
긴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남편 머리를 정리해주려고 사뒀던 미용가위를 집어 들어 '싹둑'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머리를 감고 홈시어터 방으로 들어가 영화 한 편을 보고 있었다. 8시쯤 일어난 남편이 홈시어터 방으로 와선 "못 잤어??"라고 묻길래 "내가 엄청난 거 보여줄게"라며 묶인 머리카락을 풀어 보여줬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단발로 자르는 게 어때'라고 물을 때마다 싫다고 도리질 친 게 3년인데 하루아침에 단발머리가 된 나를 보고 나보다 더 놀란다. '운동하고 머리 감고 말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라고 대답하는 나를 두고 '네이버 예약'으로 미용실 예약을 서두른다. "오늘 가서 다시 자르고 와..."라면서 말이다.
결국 남편 성화에 못 이겨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잘랐다. 그리고 운동으로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코로나와 더위로 집 밖을 제대로 나간게 언젠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비가 온 뒤 갠 하늘은 어느 때보다 파랗다. 뭉게뭉게 구름은 바람 따라 흐른다. 시원하게 뚫린 수변공원을 신나게 달린다. 짧게 자른 머리칼이 흔들린다. 페달을 밟는 발이 묵직해질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