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eb 03. 2022
2022 제주 (제주투어패스 이용기.)
제주를 떠나기 전날 내가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카페에 제주투어패스를 쓰면 제주도 여행을 혜자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안 그래도 레드향 체험을 해볼까, 감귤 따기 체험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소비자에게 엄청난 이득이 있는 상품인 것 같아 남편에게 "제주투어패스 하자"고 졸랐다. 남편은 "우리 스타일엔 안 맞을 것 같은데..."라며 돈쓰기를 꺼려했다. 통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싫다니 어쩔 수 없지... 라며 단념하고 있었는데 제주도 2일 차 아침 남편은 '2박 3일짜리 제주투어패스'를 결제한다.
첫 사용은 제주박 펜션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제주호랭이 사계점이다. 사람이 없을 때 가서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먹고 싶어 문도 열기 전 도착해버렸다. 결국 주변을 배회하다가...
드디어 입성.
제주 호랭이의 시그니처 벽화.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더 멋지다. 제주투어패스를 이용해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사장님이 추천한 시그니처 메뉴 레몬크림 도넛을 시켰다.
커피는 4.500원이었는데 제주도는 카페에서 파는 커피 평균 가격이 4000~5000원이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으니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온다.
"오~ 먹어볼까!!"
도넛을 반으로 잘랐더니 레몬크림이 제법 들었다.
상큼한 느낌이 있는 크림이다... 후기를 찾아보니 엄청 맛있다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는 삼천 몇백 원씩 주고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넛만 매장에서 먹고 커피는 가지고 나와 숙소로 걸어가며 "도넛은 시키지 말걸 그랬나?"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한 번 먹어봤으니 다음에 안 먹으면 되지"라고 대답한다.
"또 오게"
"응, 제주투어패스 여기서 커피 마시려고 산 건데... 숙소에서 가까운 데가 여기밖에 없잖아."
"오빠, 그거 한 번 쓴 데는 다시 못써."
"아...??? 진짜?????"
"응, 그거 한 번 쓰면 한 시간 뒤에 쓸 수 있고 한 번 쓴 데는 다시 못써. 점심이랑 내일 아침에는 다른 데 가야 해!"
"아......... 괜히 샀네... 숙소 근처는 여기밖에 없던데.............."
그랬다. 남편이 제주투어패스를 결제한 이유는 간단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하루에 두 잔씩 커피만 2박 3일 동안 마셔도 이익일 거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아니란 걸 너무 늦게 알게 되었고 우리는 '제주투어패스 쓰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제주투어패스 두 번째 여정은 중문면세점이다. 중문 면세점은 위스키 사러 한 번 들러야지 했는데 제주투어패스가 있으면 핸드크림이나 차량용 방향제 중 1개를 받을 수 있다기에 제주투어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에 방문했다.
면세점 앞 안내센터에서 제주투어패스를 보여주면 제주 유자 핸드크림과 15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 가능한 15,000원짜리 할인권을 준다.
15만 원 이상 구매 시 15,000원 할인권 사용은 합산 사용이 가능하다.
A업체에서 10만 원짜리를 구입하고 B업체에서 5만 원짜리를 구입하면 B업체에서 15,000원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제주박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미쁜제과에 들러 커피와 빵을 먹기로 했다. 물론,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8시 30분 출발했다.
미쁜제과는 제주투어패스가 아니더라도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파빵'이 너무 먹어보고 싶었고 멋스러운 한옥이 있는 한국식 정원 산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날 아침부터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빵만 먹고 나와야 했다.
요즘 제주 핫플 이라길래 아침부터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우리가 갔을 땐 다행히 한 테이블만 있었다. 내부가 상당히 크고 웅장하다. 한옥이라는 컨셉에 맞게 조명이나 테이블도 신경 쓴 게 보였다.(화장실은 인테리어가 동떨어진 느낌이다.) 내부 공간보다 창가 복도 공간이 훨씬 마음에 들어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대파빵과 고르곤졸라빵 커피를 주문했다. 제주투어패스로 커피는 공짜였고 빵은 저렴한 편이었다. 나는 대파빵이 정말 맛있었다. 느끼 한데 느끼하지 않고... 뉴욕라츠오베이글의 대파크림맛과 비슷한데 더 고급스러운 맛이었다고 할까? 남편은 대파빵보다 고르곤졸라빵 테두리가 맛있다고 극찬의 극찬을...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 때문에 자꾸 손이 간다며... "진짜 배부르다. 이제 안 먹을래!"라고 해놓고 계속 먹는다. 미쁜제과를 나오면서는 "이 식감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며 미쁜제과 아카데미가 있다면 다니고 싶다나......
우리가 나오자 주차장에 차가 한 두대씩 들어온다.
"일찍 오길 잘했다."
미쁜제과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한경면에 있는 풍력발전단지를 구경하면서 명월국민학교로 이동했다.
주차장에 차가 정말 많아서 놀랐다. 심지어 전부 렌터카였으니...
"미쁜제과 보다 여기가 더 핫플인가 본데?...."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커피반으로 향한다.
제주투어패스로 커피만 주문했다. 커피값이 5,000원 이길래 같은가격의 다른 음료를 주문하려고 물어보니 3000원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내야 한단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내부 구경을 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마자 건물 뒤쪽 정원으로 나왔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내부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외부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어렸을 적 비 오는 날엔 학교 가는 게 싫더니 어른이 되고 보니 비 오는 학교만큼 운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아 자꾸만 자꾸만 걷게 된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안덕면에서 애월읍을 지나 결국 제주 시내까지 왔다. 제주투어패스도 쓸 겸 제주디오니스토어에서 위스키도 살 겸 들렀다. 제주사월에서는 제주투어패스로 기념품 5000원 치를 살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왔는데 '제주사월'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로 안내하기에 조금 당황했는데 건물 1층에 제주사월이 있었다. 그냥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출처 : 네이버로드뷰제주육포, 감귤칩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투어패스는 일행끼리 합산 사용이 불가하고 개인당 5,000원씩 사용 가능하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으니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야 한다. 인터넷 최저가와는 비슷하지만 5000원보다 싸면 안 된다. 한참을 고민하다 우리가 선택한 제품은 제주녹차웨하스와 미니어처 한라산(3개 세트) 이다. 두 개 8000원이라 5000원은 제주투어패스로 결제하고 나머지 3000원은 탐나는전으로 계산했다.
제주투어패스(?)는 이렇게 끝났다. 세 군데의 카페를 갔고 중문면세점에서 증정품도 받고 제주사월에서 기념품도 샀다. 19,000원 정도 주고 사서 딱 그만큼 쓴 것 같은데... 두 번은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첫째, 숙소 근처 무인카페 '사계 꿈드림 문화숲'을 알게 되어 다른 카페는 안 가도 될 것 같다.
둘째, 일부러 사용하러 다녀야 한다.
셋째, 제주패스가 있으니 제주투어패스 이용이 불가한 카페는 안 가게 된다.
넷째, 제주도는 굳이 돈을 내고 보는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좋은 곳이 너무 많아 제주투어패스에 표시된 관광지를 가지 않게 된다.
다섯째, 우리 부부에게 장점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제주사월에서 어떤 걸 살지 고심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제주투어패스는 요즘 제주 여행의 필수품이라고 한다.
지도에 표신 된 모든 곳(바뀔 수 있음)을 무료 또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고 앱을 통해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제주투어패스 제휴점을 알려준다. 다채로운 활동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구입 전 개인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지 확인을 꼭! 꼭! 해보고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keywo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