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패스쓰기에 돌입한 날이 밝았다. 한경면~ 한림읍~애월읍~제주시내까지 해안로를 따라 제주를 돌아볼 생각인데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다.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지다 해가 뜬다. "오후엔 갤 건가?" 남편이 묻길래 "아니"라고 대답한다. 통영에서 자라며 알게 된 게 하나 있다면 날씨를 가장 먼저 눈치채는 건 바다라는 거다. 오늘따라 바다가 사납다.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차 안에서 보는 바다가 가장 아름답다며 해안로를 달리다 풍력발전기 주변으로 주차된 유모차를 보고 "차 세워!!!"라고 외쳤고 어느새 나는 차에서 내리고 있다. 풍력발전기 아래에 쪼르르 세워진 초록색 그물을 메단 유모차가 마지막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빠는 계속 풍력 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하는데 나는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안덕면에서 제주시까지 해안로 드라이브 중 발견한 카페다. 2층짜리 건물의 카페로 1층에서는 주문 및 음료를 제조 하고 2층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다. 주인이 직접 로스팅을 한다. 기본 아메리카노 외에 원두에 따라 커피 가격이 다르다. '파나마 게이샤'도 있었는데 제일 비쌌던 듯... 다양한 커피를 마실수 있는 카페지만 비싼 커피를 찾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텐데 원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주인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제주패스쓰느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던 날이라 레몬 생강차를 주문했다. 레몬과 생강이 넉넉하게 들어있는 찐~한 레몬생강차였다.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딱 좋은 맛!
거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제주 해안은 선물이다. 왜, 전망대 카페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1분 뒤의 날씨도 가늠하기 어려운 제주의 하늘과 바다. 요란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한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