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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가나나 May 16. 2021

결혼 10주년.

우리는 여름에 만나 봄에 결혼했다. 주변에선 나보다 5살 많은 남편에서 '도둑놈'이라고 했고 스물다섯이던 내가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다. 결혼식 하던 날 하늘은 았다. 하얀 웨딩드레스에 손으로 한 땀 한 땀 장식한 비즈가 반짝, 반짝 빛났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행복했다.


세월이 빠른 건지 나이를 먹어가는 걸 잊고 살고 있었던 건지... 스물다섯이던 내가 서른다섯이 됐고 서른이던 남편은 마흔이 됐다. '세상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를 맞이한 남편에게 "오빠 불혹은 어떤 기분이야?"라고 물었더니 "서른이나 마흔이나 똑같에"라고 대답한다. 나도 "스물다섯이나 서른다섯이나 똑같에"라고 말하며 웃다.


남편은 자기가 여태 써준 편지를 모두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준 편지도 금고(남편이 나름 금고라고 명명한 곳)에서 몽땅 꺼내 펼친다. 내가 꺼내온 편지 17통, 남편이 꺼낸 편지 22통을 펼쳐놓고 과거와 지금이 얼마나 바뀌었나 싶어 읽어 본다. 남편의 편지는 언제나'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내가 미안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남편은 "난 항상 우리 XX한테 나쁜 사람이었나 봐"라며 웃는다. 내가 남편에게 준 편지엔 '사랑해', '나한테 잘해', '오늘 고기 먹자'...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난 뭘 항상 먹자는 거야....." 둘이 편지를 꺼내 읽으며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에"라며 웃는다.


결혼10주년  손 편지를 교환했다. 역시 이번 편지도 남편은 반성문에 가까웠고 난 괜히 잘하라면 으름장을 놨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씁쓸하면서도 서로의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영영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7년 남편이 내게 준 편지에 "나의 최종 목표는 자기랑 시골에서 하루 종일 붙어 지내면서 사는 거야 언젠간 그런 날이 오겠지?"라고 적혀있다. 시골은 아니지만 우린 2020년 12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 지내고 있다. 지금은 백수라 서로에게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선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그 어느 때의 결혼기념일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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