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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가나나 May 31. 2021

일기콘 13일차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몇 주 전 토요일 막내여동생네와 우리 집에서 홈 파티를 했다. 파티 명분은 '결혼기념일'이었고 4명이서 주말이라 부담 없다며 5리터 가정용 맥주에 양주까지 술을 진탕 마셨다. 이야기의 주제는 역시 파이어족인 우리 부부다. 이야기 중  "백수는 주말이 없죠?"라고 묻는다.  "저희도 주말은 주말이에요."라고 말했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듣고 웃니 그 자리에서 호텔 숙박권을 문자로 보낸다. "결혼 10주년 선물입니다. 날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말은 주말이라는 말에 주말로 예약했습니다. 축하할 일 많은 5월 마지막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5월 마지막 주말을 보내러 송도를 찾았다. 랜만에 여행 온 기분 좀 내보자며 아웃렛과 코스트코를 가볼까 싶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났다.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다 곧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지고 바람이 분다. 횡단보도 그늘막 아래서 비를 피하다 언제 까지고 서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무작정 뛰어 비 맞은 생쥐꼴로 호텔로 돌아왔다.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 젖은 몸을 씻어내는데 창에 닿는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툭, 툭, 툭.

남편이 "싱가포르 같다."라고 말한다.

"앗 정말 그러네."

그때도 갑작스레 비가 왔고 남의 집 앞 파라솔에서 비를 피하다. 오다 말 소나기가 아닌 것 같다며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갔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6년 됐나?"

"그때 우리 엄청 어렸는데.. 비 맞으면서도 행복했지"

"그러고 보니 우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항상 뛰어다녔네"


잠옷을 입고 따듯한 유자차를 한 손에 들고 벼락이 치는 창에 붙어 본다. 짙은 먹구름이 깔린 하늘. 그리고 내 아래로 펼쳐진 도시. 내일은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지상낙원'쯤엔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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