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날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았다. 일 년에 3~4번 정도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아 책도 사고 굿즈도 구경하며 힐링한다. 13년 전 통영에서 인천으로 올라왔을 땐 종종 전철을 타고 서울에 있는 중고서점 거리를 찾았다. 몇백 원짜리부터 몇천 원까지 하는 책을 2~3권쯤 사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이 가득 채워진 듯했다. 그 기분이 싫지 않아 꾸역꾸역 전철을 타고 헌책방을 찾아 오래된책 냄새 풍기는 그곳을 걷고 또 걸었다.
몇 번의 이사를 하며 책장 가득 꽂혀있는 책이 버겁게 느껴져 더 이상 헌책방을 찾지 않게 됐고 있던 책도 본가로 보내거나 선물하며 책장을 비워 나갔다. 그렇게 비워진 책장엔 '청춘'의 한 자락을 잃어버린 적막함이 채워졌다. 주말마다 헌책방 대신 도서관을 드나들길 몇 년, 5년 전 집을 사고부터 다시 책을 사기 시작했고 그렇게 중고서점을 다시 드나들고 있다.
무얼 사야겠다는 목적 없이 책장과 책장 사이를 돌고, 이 책과 저 책을 꺼내본다. 갈 곳 잃은 책들 사이에 있는 갈 곳 잃은 사람들. 그곳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참 많다. 목적도 없이 들어와 몃 시간이고 책과 책사이를 지나간다. 지나왔던 길을 다시 지나가고 아까도 뺐다 넣었던 책을 다시 뽑아 들어 책장을 넘겨보는 사람들. 그들의 청춘 한 자락도 이 곳에 묶여 있나 싶어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두 시간 남짓 머무르다. 세 권의 책을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의 빈 방은 없어진지 오랜데 아련한 청춘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와 가슴 한쪽에 오래도록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