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 물론 지금도 여전히 축구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실제로 풋살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한 번도 실행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막상 하고 나서 보니 굉장히 의아하고 신기했는데, <골 때리는 그녀들> 이전에는 여자들이 축구나 풋살을 할 인프라 자체가 굉장히 부족했고, 팀 운동을 함께 할 사람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 아닐까 추측해 본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살아야 하니까 해야 된다 주의지만, 그 운동마저도 대부분 개인 운동이었다. 필라테스, 요가, 골프 같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도 그렇다.
인원수가 많은 팀 운동은 다 같이 모일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고,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구성원에 따라 각종 편가르기와 싸움이 발생할 소지도 높다. 일 하기도 힘든데, 그런 위험성이 내재된 팀 운동을 딱히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웠다.
그와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하자면, 전문직은 원래 '협업'에 약한 편이다. 나는 학부 전공도 법학인데,
전공 공부를 할 때도 팀을 짜서 과제를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주로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고, 혼자 공부하고, 시험 쳐서 평가받는 식이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되었다. 잘해서 얻는 영광도 오로지 나의 것, 못해서 얻는 고통과 좌절도 오직 나의 것. 내가 잘 못해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걸 홀로 감당하면 될 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까, 원인과 결과가 명확했고, 누가 잘했니 못했니 따질 것도 없었다.
최근에는 변호사 업계에서도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집단 지성이 좋은 결과를 낼 때도 있고, 협업을 강조하지만 실제 안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전문직 특성상 근본적인 '태'는 바뀌지 않는다. 회사에 속해있는 변호사가 협업을 하는 것은 '전문직'의 '태'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조직 생활'의 측면으로 다른 성격이 좀 가미된 것일 테다.
전문직 업무라는 것이 본디 '그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비즈니스의 대상인 이상 당연한 결과 아닐까. 협업을 강조하면 오히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누가 실제 일을 수행할 것인지 불명확해지는 단점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풋살이라는 운동이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다. 물론 이건 일이 아니고 취미니까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고, 평소 재밌게 보기만 하던 스포츠를 실제 해보니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되어서 좋았던 것도 있었을 테다. 그치만 가장 나를 신나게 했던 것은, 이것이 바로 팀이라는 점이었다. 전문직은 혼자 해야 되니까 편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상당히 외로운 일이다.
내가 조금 실수해도 다른 팀원이 커버를 해준다는 것(아 물론 그 반대로 커버를 해야 한다는 것도)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어쩌면 같은 팀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팀플레이. 넓은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의 적인 필드에서는, 아무리 메시라도 혼자만의 기술로 이겨낼 수 없다(아 물론 메시는 그 어려운걸 하기도 했었죠).
패스 플레이를 통해 다른 팀원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 팀원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그래서 끝내 서로의 전략과 움직임이 맞아 떨어져 골이라는 결과를 함께 이루어냈을 때의 성취감. 이것은 나혼자 일을 해서 재판에 승소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기쁨이다.
팀 워크란 이런 것인가. 그 짜릿함은 힘들어도 함께 운동하는 활력소가 되었기에, 꽤 오랜 시간 풋살을 하고 있다. 물론 나는 "(다치고 나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치기 전에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다" 주의라서, 우리팀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부상 당하지 않은 늙은 팀원이다. 우리 팀의 나이대가 젊은 편인데, 다들 생기 넘치고 귀엽다. 어디서 이런 친구들이 나랑 놀아주겠어.
필드 위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기 때문에 오로지 실력 뿐이다. 물론 나이를 방패삼아 병장 축구, 입 축구 안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2-3회는 해야 실력이 느는데, 주1회 간신히 하고 있으니 그냥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걸로 생각한다. 팀플레이인 동시에 승패가 있는 게임이라서 잠재되어 있는 승부욕이 샘솟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치만 성격 좋고 기술 좋은 우리 다른 팀원들이 올해 대회에서 수상해올 테지. 나는 거기에 숟가락만 딱 얹어서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