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독한지 어느덧 3주 차.
확실히 여행할 때 기분과는 많이 다르다. 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 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과 일상은 이렇게 다른 것.
해외에서 일상을 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일이고, 그래 부러운 일 맞는데, 힘든 점도 있다는 점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내가 휴직 상태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의 일정과 독일에서의 일정,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모든 미션이 폭풍처럼 밀려와 더 그렇게 느낄 테지. 그래도 이것 역시 둘다 놓치기 싫다는 내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므로 겸허하게 감당해 보기로 한다.
입독하자마자 벨기에 여행을 다녀왔고, 뮌헨에도 잠시 다녀왔다. 아직까지 집을 구하지 못해 단기 임대에 들어와 있지만, 오늘은 드디어 차도 받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집은 도대체 언제 구해지나요, 얼른 우리와 딱 맞는 집이 나타나길).
독일은 영어가 잘 통한다더니 생각보다 그렇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국어로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은 여전하고, 호텔에서 투숙했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방법부터 하나하나 알아가야 하는 스트레스가 곳곳에서 지뢰처럼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반은 여행자로서의 기록을 조금씩 남겨보려고 한다.
어쨌든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보상처럼 받아 온 좋은 기회이고, 최대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유럽에는 교회나 성당이 참 많은데, 1유로에 촛불을 피우며 똑같이 기도한다. 일 년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재밌고 건강하게 보내다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우당탕탕 적응기, 이제부터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