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단기 선교(1일차)

(2025.7.16)

by 밤안개

오늘은 우간다 선교의 실질적인 첫날입니다. 오전에 우리는 이곳 기븐트리학교(Given Tree School) 아이들의 여름성경학교의 특별손님으로 초대받아서 그동안 준비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오후엔 아프리카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팽이, 제기, 풍선 등을 만들고, 같이 놀아주는 행사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어젯밤 짐을 실었던 차가 그냥 떠나간 후 간밤에 저는 한숨도 못 잤습니다. 여러 가지 공상들이 쌓이다가 무너지기를 반복하다 아침 해를 맞이했습니다. 새벽 5시, 밖으로 나가 주변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도난 때문에 출입문이 안으로 굳게 잠겨 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네요. 어쩔 수 없이 누군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6시가 조금 지나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문이 열렸겠다.' 싶어, 스르르 밖으로 나가 우간다의 청량한 아침을 만납니다. 시골의 아름다운 옥수수 숲과 나무들이 도시에 찌들고, 걱정거리로 머리가 무겁기만 한 이방인을 밝은 모습으로 맞이하네요. "Good morning" 잠시 여권을 잊게 한 아름다운 우간다의 전경입니다.

이른아침 기븐트리학교 앞 전경

우간다 시골에서 일급 조식을 먹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시는 밥상을 적도 끝에서 똑같이 대접받다니 선교사님의 섬김과 봉사에 모두들 감동과 감사뿐입니다. "어떻게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지. 여긴 한국서 나는 재료도 없었을 텐데" 밥보다 망고를 더 좋아하시는 채집사님이 두 접시의 망고를 가득 채워 드시고, 추가로 밥을 한 그릇 더 드실 정도로 오늘 아침식사는 최고였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호텔 서비스를 아프리카 시골에서 누립니다.

우간다에서의 일급 아침식사

9시, 우리가 준비한 행사들을 최종 점검하고, 드디어 하나님과 우간다 아이들, 성도들 앞에서 첫 행사를 올려드립니다. 예배는 긴 찬양과 율동, 설교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찬양과 율동을 바라보며 백발의 집사님, 권사님들도 그 애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시네요. 반복적이고, 열광적인 아프리카 토속의 음색들 안에 몇 가지 단어들이 섞여 나옵니다.

"축복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분명히 아이들은 한국어로 노래하네요. "우리는 당신을 축복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의 거룩하신 이름으로 당신을 환영합니다." 어설픈 언어들과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주님, 왜 검은색 피부를 만드셔서 이들을 이토록 가난하게 하셨나요. 왜 문명적 빈곤을 자연환경이 이토록 풍요로운 우간다에 내리셔서 누구는 문명을 누리고, 누구는 가난하고, 굶주리게 하셨나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부채춤이 루가지 기븐트리성경학교의 첫 순서로 올려졌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우리 전통가락의 성가곡이 권사님들의 은혜로운 춤사위 위에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검은색 아이들의 피부와 하얀 눈과 이, 그리고 오색의 한복과 몸동작 하나하나를 보시고 주님은 얼마나 기뻐하실는지요. 또 이 아이들은 얼마나 신비롭게 여길까요.

아름다운 부채춤

여러 행사 후 드디어 제가 포함된 태권무 순서가 왔습니다. 정말 매일매일 반복해서 동영상을 봤지만 실제 하면 동작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애태우기만 했던 ‘태권무’입니다. 음악이 시작됐고 무대 너머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웬일인가요.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몸이 앞쪽에 잘하시는 권사님의 동작에 따라 스르르 움직이네요. 마지막 "차렷 경례" 후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납니다. 이때 백목사님이 마이크로 크게 말씀하시네요. "최집사님 기뻐하십시오. 잃어버린 가방을 찾았답니다."

진땀나는 태권무

이때부터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무언극은 대사 없이 몸동작만으로 복음을 전하는 아주 색다른 연극입니다. 제 역할은 유혹 남입니다. 사람을 유혹합니다. 저는 사람을 예수님로부터 떨어뜨리고. 장미꽃의 달콤함과 매력적인 춤과 몸사위로 여성을 악으로 점점 추락하게 만듭니다. 그녀에게 있는 신앙의 천 조각 하나를 떼어 예수로부터 더 멀어지게 합니다. 여러 등장인물들, 돈, 술, 유혹남, 혹은 자살로 이끄는 악마의 유혹까지 사람은 끊임없는 고통과 번뇌로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때 예수님의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흰색 천으로 사람을 보호하고, 검은 유혹과 타락으로부터 사람을 구해주십니다.


연극이 끝나고 나는 뭔가 몽둥이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명인으로 살면서 너는 행복하더냐?, 돈과 술과 성적욕망을 누리면서 너는 행복했더냐? 너는 아프리카 사람들 보다 과연 행복하더냐?'


행사가 끝난 후 노방전도를 나갔습니다. 내리던 비는 저녁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고, 흐린 하늘은 구름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기만 합니다. 마을 앞 큰 시골길을 나오면서 저는 ‘주택들이 다 어디에 있을까?’하고 궁금했습니다. 집들은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 숨겨져 있었고, ‘이게 집이야?’ 하고 생각할 정도로 조그만 창고나 가축들이 사는 우리 같은 곳이 이들이 사는 처소였습니다. 집들을 방문하면서 저는 한번 더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웃고 있습니다.

우간다 주민에게 전도지를 전하시는 권사님
무릎을 꿇고 우리 일행을 반기는 우간다 주민을 위한 기도

그들은 우리가 다가서자 무릎을 땅바닥에 꿇고, 우리를 맞이하며 환대합니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일입니다. '아, 이들은 진정으로 손님을 반기며, 많은 식구인데도 서로 모여 정을 나누며 살고 있구나, 서로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이들은 행복하구나' 도시인들이 느껴보지 못한 환대와 행복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문명이 만든 부(富)가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고. 손으로 밑을 닦고, 밥을 먹어도 저렇게 밝게 웃을 수도 있겠구나.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의 형태는 인간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겠구나. 문명인인 나보다 미개한 이 우간다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기븐트리학교로 되돌아오는 좁은 오솔길을 걸으며, 주님이 계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곳, 거기가 우리가 향(向)해 가야 하는 본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전도한 우간다 주민들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기븐트리학교 예배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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