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1-9.10)
2025년 8월 31일 (일)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제 지난 1년간 준비한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2025년 9월 1일부터 4일까지 로마, 5일부터 7일 피렌체, 8일부터 10일까지 밀라노, 이렇게 이탈리아 중부 3개 도시를 9박 11일간 여행합니다. 그동안 항공, 철도, 숙소 등을 미리 예약했고, 이탈리아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현지 가이드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신청해 놓았습니다. 경비를 생각해 보면 패키지 보다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1년간 여행을 준비하면서, 수천 년 전의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에 품고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오는 콜로세움에서부터 판테온, 스페인 광장, 베드로성당 등 지난 1년 동안 로마와 함께 잠들었고, 두오모를 떠올리며 일상을 견뎌 왔습니다. 이제 지구의 서쪽으로 날아갑니다. 2,800년 전의 그리스문화는 로마에 와서 어떻게 발화(發花) 되었을까요? 악티움해전과 포에니전쟁의 포화가 대지를 뒤 흔들 것만 같은 유럽의 중심 로마는 어떤 모습일까요?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우리 부부는 두 발로 고대 로마의 흔적에서 새로운 인생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2025년 9월 1일 (월)
낮에 비행기가 뜰 텐데 새벽 4시 반쯤 눈이 떠집니다. 긴장감에 복통이 나고, 눈 감으면 사물이 또렷이 보여 폰을 들었습니다. 창밖으로 세찬 빗소리가 들리고, 천둥이 칩니다.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나이 오십 중반에 아내와 동반하는 이번 여행이 친구들과 무작정 걷기만 했던 산티아고 순례길, 모로코 여행과 같을 수 있을까? 그동안 이런저런 일에 지쳐있던 아내에게 여행이 고통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부부는 더 예민할 수 있다. 탁하고 냉랭한 행동을 말랑말랑하게 해야겠다.’ 하고
어느새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빗소리가 멈췄습니다.
08시 30분
돌곶이역에서 공덕을 경유해서 인천공항으로 갑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인데 제법 좌석이 있네요. 문득 몇 달 전, 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미끄러지듯 지하철이 갑니다. 제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중교통의 편안함입니다.
13시 39분
로마로 가는 대한항공 KE931편이 곧 탑승을 시작합니다. 여행 중 이 순간이 가장 설레입니다. 또 다른 세계로의 이동, 문명의 변화, 낯선 곳으로의 고립과 익숙한 것에서의 이탈, 전혀 다른 이들과의 만남. 우리에게 펼쳐질 세상입니다. 풀어야 할 수많은 일들이 하나씩 풀어지며 우리는 더욱 성숙해 돌아오겠지요. 안에는 다양한 승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비슷한 기대감으로 설레다니,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로마로 갑니다.
19시 40분(현지시각)
대한항공 KE931편이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피우미치노공항 FCO)에 막 도착했습니다.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연착되었네요. 내일부터 3일간 로마투어를 진행해 줄 가이드로부터 호텔까지 택시 타는 것이 좋겠다는 톡이 와 있습니다.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 지하철(Leonardo Express)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서 25분 이동해야 하는 숙소 Navona Theatre Hotel 까지는 대략 1시간이 걸리는데, 날이 어두워 길 찾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안대로 택시를 탑니다. 공항은 택시, 버스, Train 등 안내 표지가 비교적 잘 되어서 승차하는 곳을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공항직원이 일일이 승객들을 선별해서 택시에 승차까지 시켜주네요. 최고의 서비스입니다.
공항서 40여분 택시(여자기사, 55€)로 이동한 나보나 광장 인근에 있는 숙소는 조그만 비즈니스호텔로 깔끔합니다. 4박 5일에 총 1,193€를 결재했는데, 도시세 48€를 추가로 더 받습니다. 1박 비용이 310€ 우리 돈으로 거의 50만 원정도입니다. 희년이라 숙박비가 어마어마합니다.
23시 38분(현지시각)
샤워 후 안경을 닦다가 테가 중간에 뚝하고 부러졌습니다. 난감하네요. 당장 내일 아침에 안경점부터 찾아가야 할 판입니다. 로마서의 첫날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