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자 그는 가 버렸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그는 제주를 떠났다
섬(島)은 밤새 외로움으로 떨다가
새벽녘에 그만 그리움을 쏟아 내고야 말았다
왜 갔을까? 한마디 말도 없이 왜 갔을까?
생각해 보면 자기 잘못인 것 같고
돌이켜 보면 자기 부덕(不德)인 거 같아
섬(島)은 몇 번이고 묻고 싶었던 말을
목울대에 삼킨 채 뒤 돌아 앉아 내내 울기만 했다.
밤새 섬(島)엔 비가 내렸다
낮게 구름은 머리 위로 내려앉았고
파도는 멀리 가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유기견(遺棄犬)처럼 버려진 섬(島)은
애타게 누군가를 불러 보았지만
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시, 누군가 와 주기만을 기다린다
인생은 길다. 또 인생은 짧다
누구든 와 준다면 길고, 짧은 것은 무의미한 것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島)은 마을이 된다
바다와 새, 구름과 파도, 등대와 대(竹)도
사람과 함께 하나가 된다
섬(島)에 꽃이 피어난다. 비로소 봄이다
2026.3.31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