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무게를 아는 순간, 눈물 없이 살 수 없었다

by 밤이

처음으로 어른이라는 무게를 체감하게 된 날,
소리 없이 눈물이 이불 위로 떨어졌다.



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앞날은 더 어둡게만 보였다.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인생의 계획을 세워봤지만,
그마저도 막막했다.




우울은 다시 올라왔고,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주말이 되면
나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몸을 일으키는 순간은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아이들을 챙겨야 할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온전히 해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내가 엄마라는 자격이 있긴 할까.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검은 물감 한 방울이 물 위에 번지듯,
내 머릿속도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제자리걸음 같았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아이들 등원은 더 버거워졌다.




웃으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도
점점 힘겨워졌다.


일을 하다가
그대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어른의 삶을 직접 마주한 순간,
그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깊었다.

막연히 어른이 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된 지금,
나는 문득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책임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그때가,
참으로 빛나던 순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또 일어났다.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그렇게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여전히 버거웠고,
여전히 확신은 없었지만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집을 붙잡고 있고,
남편은 바깥을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이어준다.




서로의 자리에서 버티며,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맞춰간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괜찮은 삶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균열과 흔들림이 있다.



사는 게 버거워
나도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은 백만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그보다 더 많이 올라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어른으로 살아낸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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