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돈 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것

by 밤이

오늘 나는 나에게 조금 사치를 부려보기로 한다.


평소 나는 사치를 부리는 편은 아니다.

보통 사치라고 하면 대부분 돈과 관련된 것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사치란,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이 시간이 이렇게까지 신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평소라면 아무 계획 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늘 똑같은 집안일을 하며

무의식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일상 루틴이 되었다면,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가 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을 재운 밤 11시,

노트에 펜을 들고 무엇을 할지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아이들 준비를 시키고, 등원까지.

그 과정만큼은 늘 그래왔듯 완벽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까,

서울로 나들이를 갈까,

운동을 할까,

책을 읽을까,

아니면 출사를 나갈까.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뒤죽박죽 떠올랐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작은 생각 하나하나를

나를 위해 할애한다는 것이

이토록 큰 기쁨이 될 줄은 몰랐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나는 도움을 요청했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의 제약 없이 대화할 수 있는 ChatGPT에

내 상황을 털어놓자, 이런 말이 돌아왔다.


“아무 계획 없이, 오롯이 나. 이거 진짜 사치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치, 이게 진짜 사치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더 신이 났다.

나는 책상에 앉아 종이에 끄적이던 그 순간부터

이미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늦은 밤,

평소라면 아이들을 재우고

‘수고했어’라는 의미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입은 심심했지만 배가 고프다고 하긴 애매해서

집에 있던 과자와 우유를 함께 먹었다.

작은 과자 한 봉지가

나에게는 충분한 여유가 되어주었다.



혼자 여유롭게 씻고,

상쾌한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팩을 붙였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으며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정말 작고, 너무도 당연한 일들이

아이들이 생긴 이후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이런 시간이 이제는 더욱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나는 지금 꽤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평소 예민한 성격 덕분에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도 귀 기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하루를 특별하게 보낸다는 건

멀리 여행을 가거나,

돈을 많이 써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오늘에서야 깊이 실감했다.





다음 날 아침,

요란한 알람 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알람보다 20분이 지난 뒤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수를 하고,

잠을 깨운 뒤 아침밥을 먹었다.



그날은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었다.

야간 근무가 있는 날.

조금 짜증이 났고, 불편했다.



완벽하게 흐르던 나의 아침에

불청객이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틀 전 다툰 이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는 그저 불청객처럼 느껴졌다.


어찌 되었던 남편을 뒤로한 채, 부랴부랴 아이들을 준비시켜 등원시킨 뒤

나의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공간.

이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여

보물 같은 아침의 시작이 되었다.



‘아, 행복하다.’

입가에 얕은 미소가 번지며

나는 진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극적인 숏폼 영상 대신

잔잔하게 흘러가는 나의 일상이

얼마나 보석 같은 시간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시간의 사치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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