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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포 굿' 솔직 리뷰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https://youtu.be/PptP12Fad00


우리를 오즈의 환상적인 세계로 초대했던 영화 위키드의 첫 번째 파트가 개봉한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부제도 없었고 1편이라는 명확한 암시도 없어서 단편으로 끝나는 줄 알고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서야 이것이 1부였고 2부에서 내용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긴 인터미션을 끝내고 드디어 2부인 위키드 포 굿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 역시 전작을 다 같이 재미있게 관람했던 가족들과 함께 개봉 첫 주말에 바로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옆에서 오열을 하면서 영화를 관람했고 저희 아이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아쉬움이 남아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할 이야기도 많은 영화 위키드 포 굿에 대해 제가 느꼈던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제목의 의미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제목 이야기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부제이자 뮤지컬의 대표 넘버 제목이기도 한 For Good에는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선을 위하여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영원히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은 원래 for good and all이라는 숙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쓰인 good은 우리가 흔히 아는 착하다 혹은 좋다는 뜻이 아니라 확실하게 마무리됐다는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결과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굳어졌다는 뉘앙스가 확장되어 결국에는 영원히라는 뜻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떠났을 때 He left for good이라고 하면 그가 좋은 일을 하러 떠났다는 것이 아니라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게 완전히 떠났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엘파바와 글린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했지만, 동시에 너를 만난 덕분에 내 인생이 확실하게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이 두 가지 의미를 For Good이라는 단어 하나에 기가 막히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 속에 숨겨진 풍자

영화는 겉모습은 화려한 판타지 동화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 풍자 드라마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전작이 두 마녀의 풋풋한 우정과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번 편은 그 우정이 오즈라는 거대한 정치판 속에서 어떻게 시험받고 흔들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오즈의 마법사는 사실 알고 보면 동물들을 침묵시키고 착취하는 독재자입니다. 이는 현실의 인종차별이나 소수자의 억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딜라몬드 교수님처럼 지성을 가진 동물들이 말 못 하는 짐승이 되어 탄압받는 설정은 볼 때마다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마담 모리블이 언론을 활용해서 엘파바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날씨를 조작해서 대중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장면들을 보면 현대사회의 가짜뉴스나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했습니다.

급박한 전개와 감정선의 불협화음

인상 깊었던 점은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제가 느꼈던 아쉬운 점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개가 너무 급박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닝타임이 짧은 편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널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네사로스 캐릭터였습니다. 언니인 엘파바를 그렇게 미워하다가 순식간에 용서하고, 그러다가 다시 도움을 요청하더니 갑자기 폭주하는 모습에 관객 입장에서는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따라가기가 좀 벅찼습니다. 장애나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보크가 사실은 자기를 동정했을 뿐 사랑하지는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터져 나온 억눌린 열등감의 폭발이라고 이해해 보려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짧은 시퀀스 안에 복잡한 심리를 다 욱여넣다 보니 설득력이 약해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피예로와 엘파바의 러브라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의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않다 보니 너무 급발진처럼 느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불륜처럼 비치기도 하여 두 사람의 감정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피예로가 허수아비로 변하는 과정도 상당히 불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엘파바가 고문당하는 피예로를 살리기 위해 그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줘, 뼈가 부러지지 않게 해줘라는 주문을 외웁니다. 이 주문의 결과로 피예로가 뼈와 육체가 없는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설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원작을 모르고 영화만 보신 분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갈 때서야 허수아비가 된 피예로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그 전까지는 뭉뚱그려서 표현이 되어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보크가 양철 나무꾼이 되는 과정은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준 반면 피예로의 변신은 너무 추상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겁쟁이 사자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관람할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보고 나서 저희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피난 간다고 우르르 몰려가고 있을 때 엘파바가 고향을 지켜야 한다고 연설하고 있는데 겁쟁이 사자가 나타나서 엘파바 말을 믿지 말라고 소리칩니다. 그 장면을 보더니 저희 아이가 아빠 근데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곳에서 나서서 저 사람 말 믿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면 이미 겁쟁이가 아닌 거 아니냐, 용감한 거 아니냐라고 하더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군중들 앞에서 선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자인 셈이니 이미 용기를 얻은 상태가 아닌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악역들의 최후도 개인적으로는 허무했습니다. 마법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동을 일삼을 정도로 교활하고 간사한 인간인데 엘파바가 사실은 본인 딸인 걸 알고 나서 너무 쉽게 감정이 동요되고 무너집니다. 마담 모리블의 경우도 마법책 없이 날씨를 조종해서 집 한 채를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마법사인데 고작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 너무 쉽게 연행되어 버립니다.


물론 원작이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원작 그대로 다 살린 것도 아닙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글린다의 서사도 좀 더 보강이 됐고 원작에도 없는 넘버도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기왕 이렇게 각색을 할 거였으면 이런 개연성 부분도 함께 손봐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더 공부하고 원작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막의 태생적 한계

음악 역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는 개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이 좋았다는 분들도 꽤 계셨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계속 맴도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는 게 저에게는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사실 이건 뮤지컬 구조상 2막의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1막에서는 화려한 볼거리와 신나는 노래로 관객을 확 사로잡는다면 2막은 벌려놓은 사건들을 수습하고 결말을 맺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지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떡밥들을 회수하느라 이야기가 허겁지겁 진행되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노래 역시 스토리텔링 위주의 곡들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급한 호흡을 그대로 가져가다 보니 관객에 따라서는 저처럼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 같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봤고 아이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쉬웠던 건 어디까지나 제 감상인 것이고 누군가는 또 인생 영화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오즈가 단순한 동화 속 세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상 자체의 의미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즈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작

마지막으로 위키드 팬분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소식을 하나 전해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영화로 이야기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 혹시 3편은 안 나오나 기대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원작자인 스티븐 슈어츠가 최근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떡밥을 던졌습니다. 각본가인 위니 홀츠먼과 같이 새로운 오즈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단, 엘파바와 글린다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며 두 사람의 서사는 이번 영화로 이미 완벽하게 끝났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신에 스타워즈 유니버스처럼 오즈라는 방대한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이나 다른 시간대의 인물을 다루는 일종의 스핀오프 개념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서 이것이 영화가 될지 무대 작품이 될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그냥 닫아두지 않고 계속 확장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소식인 것 같습니다.


만약 오즈의 세계관이 확장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의 이야기를, 혹은 어떤 숨겨진 비하인드를 보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이번 위키드 포 굿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저도 읽으면서 다른 시각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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