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배우로서 하정우라는 사람은 대중에게 참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감독 하정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입니다.
전작이었던 <로비>만 하더라도 하정우 감독 특유의 슴슴하면서도 피식거리는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저 같은 사람들은 꽤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연출이나 스펙터클한 전개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혹평을 면치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찰진 대사, 즉 '말맛'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관객의 취향을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제작비 30억 원이라는, 요즘 상업 영화의 거대한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히 알뜰한 '가성비' 예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배경도 아파트 내부가 거의 전부이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등장인물도 딱 네 명뿐입니다.
그래서 관람 전에는 우려가 앞서기도 했습니다. '영화라기보다 너무 연극적인 구성이 아닌가?', '굳이 비싼 티켓값을 내고 극장에서 볼 만한 메리트가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었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저는 꽤 즐겁게 보고 나왔습니다. 화려한 CG나 거대한 스케일이 빠진 자리를 감독의 장기인 그 '말맛'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차력쇼'가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높은 확률로 연극 무대로도 옮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 <대학살의 신>, <맨 프롬 어스>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 간의 쫄깃한 심리전과 대화의 향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영화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초대하다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소개해 드리자면, 영화에는 두 부부가 등장합니다. 한때는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지금은 결혼 생활의 권태와 피로에 쩔어 서로에게 지쳐버린 아랫집 부부 '정아'와 '현수'가 있습니다. 반면 이들과는 정반대로 매일 밤마다 아주 격렬한 사랑을 나누며 그 소음으로 아랫집의 잠을 설치게 만드는 윗집 부부 '김선생'과 '수경'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저녁 식사 자리는 소음 피해자인 아랫집 부부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아랫집이 이사 올 때 발생했던 인테리어 공사 소음을 윗집 부부가 군말 없이 참아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층간소음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처음에는 "이웃사촌끼리 잘 지내봅시다" 하며 훈훈하게 와인 잔을 부딪히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김선생이 던진 아주 도발적인 화두 하나가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점잖게 시작했던 대화의 주제는 점점 부부 관계, 성생활, 그리고 각자가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은밀한 판타지로 번져갑니다. 급기야는 결혼 생활의 민낯과 욕망까지 끄집어내게 되죠. 이 과정에서 서로가 '예의'나 '체면'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뒀던 위선들이 마치 양파 껍질 까듯이 하나둘씩 벗겨지는데, 그 과정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와, 저 말을 저렇게 대놓고 한다고?" 싶은 장면들이 식탁 위로 쏟아집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자 볼거리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하정우 배우는 특유의 쭈글미와 능청스러움으로 극의 중심을 잡고, 이하늬 배우는 그걸 아주 여유롭게 받아치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하늬 배우가 촬영 당시 임신 중이었다고 합니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에너지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공효진 배우야 뭐 생활 연기의 달인답게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과거 영화 <러브픽션>에서 하정우 배우와 호흡을 맞췄던 기억이 나는데, 극 중에서 "겨드랑이 털 기르는 여자 나오는 영화" 이야기를 꺼내며 자학 개그를 하는 장면에서는 빵 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배우의 전작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큰 선물 같은 장면이었죠.
김동욱 배우 역시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나만 정상인 것 같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가 결국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정말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영화 속에는 하정우 감독 본인의 자전적인 고민이 담긴듯한 대사도 나옵니다. 극 중 현수가 준비하던 영화가 투자가 안 돼서 8부작 시리즈로 변경되었는데 그러고 나서도 4년째 놀고 있다는 대사는, 영화인으로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자조적인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것 같아서 씁쓸하면서도 재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적인 연출들
연출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대사에 자막이 깔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어 대사에 전체 자막을 넣는 것은 드문 시도입니다. 워낙 많은 정보량의 대사가 상영시간 내내 폭격처럼 쏟아지다 보니, 자막 덕분에 귀로 놓치는 대사들을 눈으로 따라갈 수 있어서 피로감도 덜하고 몰입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편집 또한 컷을 잘게 나누기보다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방식을 택해서 마치 원테이크로 찍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 합을 끊기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곳곳에 숨겨놓은 상징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식탁 위에 오르는 '연근 요리'였습니다. 극 중에서 김선생이 만든 연근 요리가 계속해서 언급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연근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반대편이 훤히 보입니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투명한 소통', 즉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솔직한 관계를 상징하는 장치 같았습니다. 또 불교적인 의미로 확장해 보자면, 연꽃이 진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듯이 겉보기엔 우아한 요리 같고 화려한 식탁 같지만, 그 본질은 혼탁한 현실과 진흙탕 같은 부부 싸움에 맞닿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의적인 표현 같기도 했습니다.
감독의 과욕과 호불호 갈릴 수위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중간중간 감독의 욕심이 과했나 싶은 장면들이 눈에 밟히긴 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요가를 한다거나, 요리하는 과정을 너무 퍼포먼스처럼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리얼한 분위기를 봤을 때 많이 튀는 느낌이라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관객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은데, 대사나 상황의 수위가 꽤 높습니다. 직접적인 노출 장면은 없지만 대사만으로 19금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죠? 오가는 대화의 내용이 상당히 적나라하다 보니, 이런 류의 성적인 유머나 대화에 거부감이 있거나 경계심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부부의 감정선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결혼 경험이 없는 분들이 보시면 조금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일 듯이 악담을 퍼붓다가 또 금세 화해하고 웃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다소 비현실적인 조울증 환자들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의 산전수전, 쓴맛 단맛을 다 보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그 모순덩어리 같은 모습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선을 벗어던진 솔직함이 주는 구원
정리하자면, 영화 <윗집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재와 19금 대사들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관계의 회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층간소음과 섹스 토크를 핑계 삼아 그동안 묵혀왔던 불만과 열등감, 욕망을 식탁 위로 모두 끄집어낸 네 사람을 통해 감독은 우리에게 "우리는 과연 서로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비록 그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 불편하고 아플지라도, 위선과 가식을 벗어던지는 솔직함만이 결국엔 관계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정우식 말맛이 살아있는 대화극을 좋아하시거나, 부부 관계의 미묘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꽤 괜찮은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헐리우드 리메이크와 평행이론
리뷰를 마치기 전에 흥미로운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방금 소개해드린 이 <윗집 사람들>의 원작인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헐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된다고 합니다. 제목은 <디 인바이트>이며, 캐스팅이 정말 화려합니다. 세스 로건과 페넬로페 크루즈,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을 맡고, <북스마트>와 <돈 워리 달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올리비아 와일드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소름 돋는 평행이론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한국판의 하정우 감독이 직접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것처럼, 헐리우드판 역시 배우 겸 감독인 올리비아 와일드가 연출을 맡으면서 출연까지 한다는 소식입니다. 두 리메이크작 모두 '배우 출신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주연 배우로 활약한다는 이 기막힌 우연이 생겼죠. 과연 헐리우드 버전의 '윗집'은 어떤 색깔로 그려질지, 하정우 감독의 버전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