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이유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원작인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영화 '만약에 우리'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꽤 인상적인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훌쩍이면서 눈물을 닦고 있는 사람도 보였고 일행에게 진짜 슬펐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아바타'보다 재미있었다고 극찬을 하시더라고요.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겠지만 그만큼 이 영화가 관객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렸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노파심에 말씀을 드리자면, 혹시 연인이나 부부끼리 이 영화를 보실 계획이시라면 조금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옆에서 펑펑 울다가는 왜 우냐며, 혹시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는 등짝 스매싱을 유발하는 질문을 받으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묻어뒀을 법한 지나간 인연과 후회라는 감정을 꾹 눌러버리는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제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눈 두 청춘
줄거리부터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꿈은 크지만 현실은 고달픈 프로그래머 지망생 이은호와 팍팍한 서울 살이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한정원, 이 두 사람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친구 사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은호의 자취방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면서 그들의 청춘은 가장 초라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눈부신 시간으로 빛납니다. 하지만 가난과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사랑만으로 버티기에 청춘의 겨울은 너무나 춥습니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고 차갑게 돌아섰던 그들이 10년 후 운명처럼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에게는 이 영화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조금 있었습니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귀지도 않는 남녀가 친구라는 명분으로 좁은 자취방에서 동거를 시작한다는 설정은 제 정서상으로는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저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설정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 은호의 직업이 프로그래머인데 은호가 만든 게임이 성공하게 되는 과정이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였습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저 같은 사람은 몰입이 확 깨지기도 했는데, 직업 특성상 눈에 밟혔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이런 설정상의 단점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몰입감의 7할은 배우들의 힘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구교환 배우는 특유의 그 찌질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로 은호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문가영 배우 역시 대체할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정원 역에 녹아들었습니다. 보통 멜로 영화 주인공들은 슬픈 장면에서도 예쁘고 멋있게 울지만 이 배우들은 진짜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가면서 얼굴이 구겨지는 것도 신경 안 쓰고 정말 현실적으로 울더라고요. 그런 날것의 감정선 표현들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상쇄할 만큼 좋았습니다.
집이라는 공간
이제 영화의 인상 깊었던 요소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집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영화 속 공간의 변화가 곧 두 사람 관계의 시작과 끝을 대변합니다. 정원에게 있어서 은호는 물리적인 거처이자 정서적인 안식처, 즉 집이었습니다. 친구 시절에도 연인 시절에도 은호는 정원을 품어주는 유일한 집이었습니다. 비록 낡고 좁은 자취방이었지만 그곳은 정원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집이 더 이상 내가 머물 곳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즉 은호가 현실에 치여 변해가고 정원을 외롭게 만들었을 때 정원은 떠나버립니다. 은호라는 집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10년 후 해외에서 재회하는 장면에서도 집이라는 키워드는 이어집니다. 성공한 은호는 자신의 번듯한 호텔 숙소를 정원과 공유하려 하지만 은호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된 정원은 그곳을 박차고 나갑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깊은 대화는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더 이상 은호의 공간에 정원이 머물 자리는 없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엔딩에서 정원이 자신만의 집을 마련한 모습은 이제 그녀는 누군가의 집에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온전한 집이 되었다는 성장을 보여주는 결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색채의 비밀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독특한 연출은 바로 색채의 변화입니다. 보통 과거 회상은 흑백으로 현재는 컬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은 반대로 과거를 컬러로, 현재를 흑백으로 그려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은호가 개발한 게임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극 중 은호가 만드는 게임 속 캐릭터인 이언이 켈리를 찾지 못하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것이 영화 전체의 연출로 확장된 것입니다. 두 사람이 지지고 볶으며 함께했던 과거는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을지언정 서로가 있었기에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헤어진 후 각자 번듯하게 성공한 현재는 서로가 곁에 없기에 아무리 풍요로운 삶을 살아도 결국 흑백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둘째는 기억의 미화 장치입니다. 우리가 지나간 청춘과 사랑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은 현실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정되어 남아있습니다. 감독은 이 역전된 색감을 통해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은 바로 당신과 함께했던 그 시절이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내내 무채색으로 묘사되던 현재의 시간은 엔딩에 이르러 정원의 시점에서 다시 선명한 컬러로 물듭니다. 이 색채 변화는 서로를 우연히 다시 만남으로써 묵혀둔 감정을 해소하고,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제대로 된 이별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나타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 정원에게 세상이 컬러였던 이유는 은호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엔딩에서 정원은 은호 없이 혼자임에도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시 컬러가 됩니다. 이는 정원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과거에 얽매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주체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은호가 없어도 나의 삶은 아름답다는 것, 그것이 정원이 10년의 세월을 돌아 도달한 결론이자 진정한 홀로서기인 셈입니다.
OST와 전하는 씁쓸한 교훈
영화 OST로 삽입된 임현정 님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라는 노래가 영화의 서사를 완벽하게 압축하고 있습니다. 가사처럼 은호와 정원의 사랑은 봄비처럼 메마른 서울 살이를 촉촉하게 적셔주었지만, 현실의 한파 속에 맞이한 이별은 겨울비처럼 뼈저리게 차가웠습니다. 선곡 센스가 탁월했다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영화가 남기는 교훈은 있을 때 잘해라, 그리고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는 것이겠죠. 또한 마음이 아무리 절절해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독이 되는 관계는 존재할 수도 있다는 씁쓸한 현실도 보여줍니다. 은호와 정원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서로의 비참함과 바닥을 확인하게 만드는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은호 아버지의 편지 내레이션이 나오는 엔딩 연출이 다소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신파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저 같은 관객에게도 한국적인 로컬라이징은 이질감 없이 훌륭하게 다가왔습니다.
마무리하며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계신다면 옆에 있는 사람 손을 더 꽉 잡으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만약에 우리..." 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말이죠.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 주고도 결국은 나만의 집을 찾아 떠나야 하는 우리 모두의 성장담 같은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은호 시점의 이야기 같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정원의 시점의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영화의 후기도 좋고 영화 속 인물들 같은 사연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