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성장 드라마 '100미터'

10초의 질주가 완성된 삶이 되기까지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https://youtu.be/LHIsYgHfl8k



우호토 작가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100미터.'는 제목 그대로 육상 경기에서 가장 짧은 거리이자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붓는 종목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때는 '슬램덩크'나 '하이큐' 처럼 땀 냄새 물씬 풍기며 전국 제패를 외치는 뜨거운 열혈 스포츠물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작품은 단순히 누가 더 빠르냐를 겨루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100미터라는 짧은 트랙 위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성장통과 인생의 무게를 그려낸, 오히려 묵직한 인생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어긋난 궤적, 다시 만난 출발선

이야기의 큰 줄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라이벌 구도를 따라갑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달렸던 두 친구가 성인이 되어 트랙 위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스피드를 가진 전형적인 재능형 인물 토가시는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으나, 부상과 한계에 부딪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평범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반면 토가시의 등을 보며 필사적으로 달렸던 노력형 인물 코미야는 불안을 극복하고 집착에 가까운 노력으로 자신을 갈고닦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괴물 같은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인생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온 두 사람이 다시 출발선에 서는 과정을 통해 재능과 노력,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를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대체 왜 달리는가

이 작품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육상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합니다. 한때 유망주였으나 슬럼프에 빠진 니가미, 달리기를 철저히 비즈니스로 대하는 프로 선수 카이도, 그리고 달리기의 본질을 탐구하는 구도자 같은 자이치 등이 그들입니다.


이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던지는 질문은 "대체 우리는 왜 달리는가"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질문이 단순히 육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대체 왜 사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괴물이 된 코미야가 "달리기 말고 나는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은,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입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공허함과 불안을 날카롭게 포착해 냅니다.

제목 속 마침표

제목에 찍힌 마침표(.)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미터'라는 제목 뒤에 찍힌 마침표는, 10초 내외로 승부가 나는 짧은 거리지만 그 100미터가 곧 인생의 축소판이며, 달리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삶이 설명된다는 작가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거리지만 그 무게와 의미는 각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로토스코프 기법을 통해 시각적으로 완성됩니다. 실제 영상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통해 선수들의 근육 떨림이나 자세를 극도로 현실감 있게 묘사합니다. 디지털로는 표현하기 힘든 거칠면서도 따뜻한 질감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승부가 결정되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무채색으로 처리해 버림으로써, 아무리 치열했던 승부라도 끝나고 나면 결국 추억이나 기록이라는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허무함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극 초반 니가미가 했던 "1등 하면 기분 좋지? 근데 1등 하고 나면 그때로 다시 못 돌아가"라는 대사와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운 점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원작 만화의 방대한 깊이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 모두 담으려다 보니,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캐릭터의 입을 빌려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화책은 독자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읽다가 멈춰서 생각할 수 있지만, 영상은 대사가 흘러가 버립니다.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대사들이 휘몰아치듯 전달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그 의미를 곱씹기도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려 소화하기 버거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설명조의 대사가 흐름을 늘어지게 하거나 따라가기 벅찬 순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져도 괜찮다는 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20대와 30대, 특히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친 직장인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현실에 치여 살던 토가시가 양복을 입은 채 오열하며 내뱉는 독백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질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인생을 걸 필요까진 없으니까."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같지만, 사실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였습니다. 입시나 취업처럼 결과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에, "져도 된다", "실망할 일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영화는 마지막 경기 결과를 굳이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을 맺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1등을 했느냐가 아니라,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시 트랙 위에 섰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달렸다는 사실 그 자체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00미터.'는 킬링타임용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지친 하루 끝에 혼자 조용히 보며 인물들의 대사를 천천히 곱씹어 볼 만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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