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불리는가'보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에 집중하게 되기까지
저는 오디오 콘텐츠, 특히 팟캐스트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팟캐스트와의 첫 만남은 제가 처음으로 독립하여 혼자 살기 시작했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낯선 환경, 적막함이 감돌던 자취방에 다채로운 소리와 이야기로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 바로 팟캐스트였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느끼는 고요함은 때로는 평화롭지만, 때로는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팟캐스트는 그런 저에게 세상과 연결된 창구이자, 말벗이 되어주었습니다. 기존의 대형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신선하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 개인의 솔직한 경험담,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들이 귀를 통해 마음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어떤 날은 지혜로운 선생님처럼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고, 또 어떤 날은 편안한 친구처럼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오직 청각으로만 전달되는 음성과 감정들은 더 깊고 내밀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팟캐스트를 통해 수많은 위로와 즐거움을 얻었던 저는 자연스럽게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가 이미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의 첫 선택은 망설임 없이 팟캐스트였습니다. 오디오 콘텐츠가 주는 특유의 따뜻함과 진솔함에 매료되었고, 제가 가장 편안하게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팟캐스트를 시작할 무렵부터 미디어 환경에는 또 다른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영상 매체로만 인식되던 유튜브가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강력한 플랫폼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유튜브는 수많은 팟캐스트가 업로드되고 소비되는 주요 채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저 역시 자연스럽게 제 팟캐스트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오디오 청취자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팟캐스터’라고 생각하며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제 콘텐츠의 뿌리는 오디오에 있었고, 저의 시작점 또한 팟캐스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모임에 참여하거나 콘텐츠 관련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대부분 저를 ‘유튜버’라고 불렀습니다.
굳이 “저는 팟캐스터 인데요?”라고 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유튜버라는 호칭보다는 팟캐스터로 불리고 싶은 소망이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득 그런 구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팟캐스터로 불리든, 유튜버로 불리든, 혹은 또 다른 어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든,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호칭이 아니지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가 가장 편안하고 저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요. 그것이 팟캐스트의 형태이든, 유튜브 영상의 형태이든, 혹은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의 형태이든 말입니다.
결국 매체의 형식이나 저를 지칭하는 단어보다는, 저의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앞으로도 저는 플랫폼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저의 목소리를 통해 여러분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의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