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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구아다니노 '퀴어' 감상 후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했다면 당혹스러울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를 감상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몇 가지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서스페리아'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공포, '본즈 앤 올'의 파격적인 로맨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챌린저스'의 감각적인 삼각관계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퀴어 코드는 언제나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화적 장치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랬기에 이번 신작의 제목이 '퀴어'라는 것을 들었을 때, 감독이 얼마나 더 본격적이고 멋진 방식으로 퀴어 서사를 다룰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인생 영화로 꼽는 한 지인은 '퀴어'의 개봉 소식에 한껏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가 "너무 난해하던데?"라는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건 대체 뭐지?"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저에게도 무척이나 난해한 영화였습니다.

감각의 향연

영화의 중반까지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되는, 그야말로 감각적인 장면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멕시코 시티를 배경으로, 제대한 군인 윌리엄 리가 젊고 매력적인 유진 앨런튼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과정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어 보이는 두 주인공의 옷차림, 포마드로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화면을 구성하는 소품 하나하나가 정확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미장센은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유진 역을 맡은 배우 드류 스타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댄디함의 의인화'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완벽한 핏의 옷을 입고 나타난 그의 모습은 주인공 윌리엄 리뿐만 아니라 스크린 너머의 관객마저 순식간에 매료시킬 만큼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유진을 향한 리의 갈망이 깊어질수록, 영화는 제가 예상했던 경로를 급격히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리의 환상인지 그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외부 정보의 도움 없이는 그 의미를 온전히 해석하기 힘든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해를 위한 열쇠

이 영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작 소설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이 작품은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윌리엄 S. 버로스가 쓴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아내를 총기 사고로 죽게 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 그리고 헤로인 금단 증상이 불러온 심리적 공허함 속에서 집필되었습니다. 즉, 원작 속 주인공 리는 낭만적인 인물이 아니라, 욕정과 중독, 외로움에 사로잡힌 인물에 가깝습니다.


윌리엄 S. 버로스의 또 다른 대표작인 '네이키드 런치'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퀴어'는 '네이키드 런치'와 구조적으로 많은 부분이 닮아 있으며, 작가 특유의 자기파괴적이고 환상적인 서사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어둡고 복잡한 원작을 과감하게 재해석했습니다. 원작의 마약 중독자는 영화 속에서 사랑을 처절하게 갈망하는 비극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감독의 각색 덕분에 리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서사를 넘어, 더 보편적인 고독과 갈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상징들

영화는 여러 상징을 통해 리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그중에서도 뱀과 지네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자기 꼬리를 무는 뱀, 우로보로스는 외로움과 욕망, 자기 파괴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리의 운명을 암시합니다. 이는 끝없이 자신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닫힌 순환을 의미합니다.


지네는 '지네의 딜레마'라는 심리학적 개념과 연결됩니다. "어느 발 다음에 어느 발을 내디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지네가 자신의 걸음걸이를 의식하는 순간, 오히려 발이 꼬여버렸다는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영화 속 윌리엄 리가 바로 그 지네와 같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나이 든 퀴어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망가져가는 지금의 내가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집니다. 한때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웠을 사랑이라는 감정이, 끝없는 자기 검열과 의심으로 인해 지네의 발처럼 꼬여버린 것입니다.


이 막혀버린 감정의 물꼬를 트기 위해 리는 '야훼'라는 환각 식물에 의지합니다. 영화 속에서 야훼는 텔레파시 능력을 부여하여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이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사랑과 고통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리의 절박한 심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해석됩니다.

잃어버린 젊음의 환영

리에게 유진은 단순한 사랑의 대상을 넘어섭니다. 그는 리가 잃어버린 젊음, 그 찬란했던 시절이 구현된 환영과도 같습니다. 리는 유진을 통해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고, 다시 사랑받고 싶어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더 나아가 유진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에 대한 애틋한 자기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직 퀴어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깊어지기 전, 그저 아름답고 찬란했던 젊은 날의 자신을 유진이라는 형상을 통해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리의 고독은 단순히 퀴어로서 겪는 고통을 넘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고 사랑받을 자격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모든 존재의 보편적인 불안함으로 확장됩니다.

관객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

이처럼 영화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숙제 같은 영화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심장을 왜 토하는 걸까?", "왜 우주로 날아갔다가 다시 땅에 착지하는 거지?", "두 사람의 몸이 슬라임처럼 섞이는 장면은 야훼의 환각 작용으로 서로가 하나가 된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애초에 유진은 리가 만들어낸 젊은 시절의 환영이기에, 본체와 환영이 합쳐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일까?"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 "리는 왜 갑자기 유진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원작자 윌리엄 S. 버로스가 실제로 아내를 총기 사고로 죽게 한 비극적인 사건의 영화적 재현이자, 동시에 젊음에 대한 갈망과 집착을 상징하는 유진을 죽임으로써 과거를 떠나보내고 온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상징적인 행위로 읽힙니다. 어쩌면 이는 육체적인 끌림에만 머물던 리가 마침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체성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들은 영화를 보는 실시간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원작 소설을 미리 읽고 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관객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저와 같은 평범한 관객에게는 버거운 과제였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렇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일, 살아가는 일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과거의 찬란했던 순간에만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아무것도 못 하게 된 지네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초중반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가, 후반부의 난해함에 그 취기가 깨져버리는 경험. 이 영화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즐기는 관객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관객을 깊은 고민에 빠뜨릴 문제작이기도 합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 영화를 어떻게 감상하셨는지, 어떤 해석의 실마리를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감상을 통해 저 또한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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