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포럼 발표를 통해 본 '홀드백' 논쟁
홀드백을 둘러싼 3가지 질문: 누가, 왜, 어떻게 [영화인연대 X BIFAN 정책포럼]
https://youtu.be/eSSVhpou3tM?si=_FKtdWIhtv37dF8A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최근 영화 산업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홀드백(Hold Back)'입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정책포럼에서 이화배컴퍼니 이화배 대표가 제기한 '홀드백 정상화' 주장은 업계의 오랜 고민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주장은 위기에 처한 영화 생태계를 구하기 위한 절박한 외침으로 큰 공감을 얻었지만, 동시에 급변하는 시장과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여러 비판적 질문을 낳고 있습니다.
홀드백이란 무엇인가?
먼저 '홀드백'은 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한 뒤 IPTV, OTT 등 다음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두는 유예 기간 또는 그에 따른 유통 정책을 의미합니다. 이는 각 플랫폼의 가치를 보존하고 순차적으로 수익을 쌓아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영화 산업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핵심적인 수익 극대화 전략입니다.
전통적으로 극장 → IPTV/케이블 → OTT → 지상파 방송 순으로 이어지는 이 질서는 각 창구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산업의 근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OTT가 미디어 지형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 견고했던 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홀드백 정상화' 주장의 핵심
이화배 대표의 주장은 명료합니다. 법적 규제 없이 관행에만 의존하던 한국의 홀드백 시스템이 팬데믹을 거치며 사실상 붕괴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극장과 OTT 동시 개봉, 짧아진 유예 기간 등으로 인해 극장과 IPTV라는 핵심 수익원이 잠식당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했고, 이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홀드백 정상화'를 제시합니다. 이는 배급사들의 자율적 합의를 통해 무너진 유통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극장, IPTV, 제작사,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다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홀드백을 단순한 유통 정책이 아닌, 산업 전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프랑스처럼 홀드백을 법제화하여 시장을 보호하는 해외 사례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상화인가?
하지만 이 '정상화' 주장은 여러 비판적 질문에 직면합니다.
첫째, 과연 과거의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홀드백 붕괴는 단순히 몇몇 사업자의 전략이 아닌, 콘텐츠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시각입니다. 최근 소비자 조사에서도 '홀드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OTT의 즉시성과 편의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과거와 같은 긴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라는 비판입니다. 이미 새로운 소비 패턴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과거의 질서를 인위적으로 복원하려는 시도가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존재합니다.
둘째, '정상화'는 모두를 위한 것인가?
'홀드백 복원'이 극장과 배급사 등 전통적 플레이어의 수익 구조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는 OTT 플랫폼의 긍정적 역할을 간과하고 이들을 '생태계 파괴자'로만 규정하는 시각일 수 있습니다. OTT는 막대한 투자로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하고, 독립·예술 영화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등 순기능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배급사 중심의 자율 규제가 자칫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막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산업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셋째, 자율 규제의 현실적 한계
경쟁 시장에서 각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자율적 합의체'를 만들고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정부가 모태펀드 투자 조건에 홀드백 준수 의무를 포함하려다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논의가 중단된 사례는 자율 규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강제성 없는 합의는 실효성을 갖기 어려우며, 오히려 담합 등 불공정 경쟁의 소지를 낳을 수도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새로운 균형점을 향한 치열한 모색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홀드백 논쟁의 해법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치열한 모색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화배 대표의 문제 제기는 산업의 위기를 공론화하고 생존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더 넓고 깊은 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유연한 윈도우 전략 : 모든 영화에 획일적인 홀드백을 적용하기보다, 영화의 제작 규모, 장르, 타겟 관객에 따라 홀드백 기간과 유통 방식을 유연하게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간의 공존 모델 구축 : OTT를 경쟁 상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극장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OTT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존 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극장 선개봉 후 부가판권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통적 모델과, 제작 단계부터 OTT와 협업하는 모델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 중심의 가치 제안 : 최종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극장은 압도적인 시청각 경험과 이벤트성을 강화하고, 각 플랫폼은 그에 맞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투명한 논의와 합리적 규칙 수립 : 창작자, 제작사, 투자배급사, 극장,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투명한 논의의 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익 배분 구조와 새로운 시장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홀드백 논쟁은 한국 영화 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논쟁을 통해 단순히 과거의 질서를 지키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과 비전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