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생존 기로에 선 극장가
스크린독과점 VS 스크린 상한제 [영화인연대 X BIFAN 정책포럼]
https://youtu.be/xJYDnvhSMhI?si=w0xUVH_pbJpWYOgX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최근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와 영화인연대가 공동 주최한 정책포럼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한번 공론화되었습니다.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 vs. 스크린 상한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스크린 상한제'라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독과점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한다
노철환 교수는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이 처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지목합니다. 2019년의 황금기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극장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었고, OTT에 시장 규모를 역전당했습니다. 특히 세계 주요 1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극장 시장 회복률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노 교수는 이 부진의 배경에 소수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는 구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2010년대 초반 연평균 1.3편에 불과했던 독과점 영화는 2020년대 들어 연평균 7편으로 급증했으며, '범죄도시4'가 상영 점유율 82%를 기록한 것은 그 정점입니다. 이러한 독과점은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박탈하고, 영화 산업의 뿌리가 되어야 할 애호가층을 약화시켜 결국 산업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스크린 상한제로 다양성을 확보하자
이에 대한 노 교수의 처방은 '스크린 상한제'입니다. 2019년 발의된 법안을 기준으로, 6개관 이상 대형 영화관에서 특정 영화의 상영 횟수를 프라임 시간대(오전 11시~밤 11시)에 5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2, 3위 영화나 중소 규모의 독립·예술 영화가 관객과 만날 최소한의 기회를 얻게 되어, 장기적으로 영화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하지만 영화관 및 배급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이들은 스크린 독과점이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결과'라고 항변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진짜 위기의 본질은 OTT의 보편화, 높아진 티켓 가격, 전반적인 콘텐츠의 질적 하락 등으로 인해 관객 자체가 극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은 확실하게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소수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상영관을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의 외면을 받는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것은 극장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즉, 스크린 상한제는 관객의 발길을 돌릴 근본적인 대책 없이 극장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주요 쟁점에 대한 찬반 격돌
스크린 상한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도 양측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섭니다.
소비자 선택권 - 보호인가, 침해인가?
노 교수는 50% 상한선(실질 70~80% 상영 가능)은 관객의 영화 관람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영화를 선택지에 올려놓음으로써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명백한 선택권 침해라고 말합니다.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가장 편리한 시간에 볼 수 없도록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정 포맷의 매진은 물리적 한계로 인한 것이지만, 스크린 상한제는 정책적 규제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비판합니다.
시장 원리 - 공정한 경쟁의 시작인가, 부당한 개입인가?
노 교수는 현재의 스크린 배정이 관객의 수요가 아닌 거대 배급사의 '공급' 논리에 의해 좌우되므로 이미 시장 원리가 왜곡되어 있으며, 상한제는 이를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프랑스의 법적 규제나 미국의 자율 규제 사례를 들며 해외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정책임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수요가 높은 상품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시장 원리이며, 정부가 법으로 이를 막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박합니다. 성공한 영화에 페널티를 부여하고, 관객의 외면을 받는 영화에 인위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화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한국 영화 산업의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한미 FTA - 문제없나?
노 교수는 영화가 FTA 유보 사항으로 명시되어 있어 위반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안심하기 이르다고 말합니다. 만약 스크린 상한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될 경우, 잠재적인 통상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법적 위반 여부를 떠나 외교적, 산업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법보다 고민이 필요할 때
스크린 독과점과 상한제 논쟁은 영화 산업의 오랜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극장의 현실적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발표자의 주장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 측의 우려처럼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래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크린 상한제라는 단 하나의 정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법적 규제와 더불어, 영화발전기금을 통한 독립·예술 영화 지원 확대, 극장과 제작·배급사 간의 상생 모델 구축 등 더욱 섬세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한국 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한쪽의 주장만을 정답으로 여기기보다는 양측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