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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이 남긴 것

슈퍼히어로 피로감에 지친 할리우드, 그들이 찾은 해법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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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극장가는 더 거대하고, 더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운 히어로 영화들의 각축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작품들 속에서 팬들 사이에서는 점차 ‘피로하다’, ‘예전만큼의 감동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히어로 장르가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할리우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듯 보입니다. 거창한 물량 공세보다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서사와 그들 간의 관계, 특히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며 이야기의 본질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썬더볼츠’에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저마다 상처와 결함을 지닌 인물들이 팀을 이뤄가는 유사 가족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 새롭게 선보인 ‘슈퍼맨’ 역시 초인적인 힘 그 자체보다,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가족과 동료들의 이야기에 더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마블의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이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입니다. 연출을 맡은 맷 샤크먼 감독과 배우들 역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다른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기 이전에 부모, 부부, 형제인 ‘가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6의 장대한 포문을 여는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과연 이 영화는 가족 드라마라는 새로운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했을까요?


지금부터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이 어떤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또 아쉬웠는지, 그리고 앞으로 MCU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스포일러를 포함하여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가족 연대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작품이 히어로 액션 장르라기보다는 가족 연대물, 혹은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상 관객들이 기대할 만한 이렇다 할 액션 장면은 영화 초반, 우주에서 판타스틱 4가 탑승한 우주선과 실버 서퍼가 벌이는 추격 장면 이후로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추격 장면의 연출이 꽤 훌륭한데, 이마저도 각 캐릭터의 능력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이라기보다는 속도감에 집중한 추격전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감독은 처음부터 우리가 기대하는 화려한 히어로 액션물을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판타스틱 4 멤버들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멋지게 싸우는 장면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맴돌았지만, 이는 감독의 연출 의도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이 초능력으로 얼마나 멋지게 활약하는지가 아니라, 우주적 재앙 앞에서 이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내는지가 영화의 핵심 서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갤럭투스

감독의 이러한 의도는 메인 빌런인 갤럭투스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갤럭투스가 처음 등장할 때의 위압감은 실로 엄청납니다. 마치 ‘진격의 거인’ 속 초대형 거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한 비주얼이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이나 대사를 통해 보여주는 위압감과는 달리, 막상 그의 행동은 어딘가 허술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덩치 큰 동네 바보 형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실속 없이 말만 앞서는 ‘아가리 파이터’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토록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던 갤럭투스가 인비저블 우먼이 발휘한 모성애와 필사적인 저항 앞에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다소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이 대결은 단순히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을 넘어 ‘가족의 사랑’과 ‘우주적 재앙’의 대결을 그리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어떤 거대한 위협이라도 가족을 지키려는 사랑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나뉠 것입니다.

가족이냐, 인류냐

행성 포식자인 갤럭투스는 갓 태어난 아기 ‘프랭클린’을 자신에게 넘기면 지구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제안합니다. 판타스틱 4가 이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들은 인류 전체의 생존 대신 한 아이의 생명을 택했다는 이유로 영웅이 아닌 이기적인 존재로 낙인찍히고 대중의 싸늘한 비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리뷰 글에 ‘피리아 킴’ 님이 “너무 착한 영화였습니다. 나의 본성이 사악한 건지 의심하게 만들면서 좌절감을 안긴 영화였습니다”라고 남겨주셨는데, 아마 프랭클린을 갤럭투스에게 바로 넘기지 않은 그 대목을 두고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당장 프랭클린을 넘겨주는 것은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가 갤럭투스의 손에서 어떻게 성장하여 미래에 또 다른 위협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판타스틱 4는 단기적인 협상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시민들과의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입니다. 판타스틱 4 빌딩 앞에 모여 격렬하게 항의하던 시위대가, 인비저블 우먼이 아기를 안고 내려와 연설 한 번을 하자 갑자기 감화되어 박수를 치는 장면은 다소 편리한 전개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녀가 지하 세계와의 평화 협정까지 성사시킬 만큼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라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연설 한 번에 여론이 뒤바뀌는 모습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독보적인 미학

물론 이러한 가족 드라마적 접근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MCU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캐릭터의 내면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리드 리처드의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팀의 리더이자 천재 과학자를 넘어,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지적 호기심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다른 캐릭터들 또한 각자의 매력을 뽐냅니다. 수잔 스톰은 임신한 상태에서도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막내 조니 스톰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괴물 같은 외형 속에 따뜻한 마음을 지닌 벤 그림은 묵묵히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주인공들 외에 조연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특히 갤럭투스의 전령인 실버 서퍼가 기존의 남성 캐릭터가 아닌, ‘샬라 발’이라는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행성을 파괴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과 내면의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녀의 비극적인 서사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단연 영상미와 음악입니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레트로 퓨처리즘’ 콘셉트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치 1960년대 공상 과학 소설의 표지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시각적 연출 덕분에, 판타스틱 4의 세계는 다른 MCU 영화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독자적인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MCU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포석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MCU의 기존 서사와 독립적이라는 점입니다. 이전 ‘썬더볼츠’의 쿠키 영상에서 판타스틱 4의 우주선이 등장하여 어떤 식으로든 연계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마블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않았거나 판타스틱 4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도 아무런 부담 없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전 지식이 필요 없다는 점은, 어쩌면 지금의 MCU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일지도 모릅니다.


정리하자면,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화끈한 액션 대신 ‘가족’이라는 키워드와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서사의 시작을 선택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UN 회의 장면에서 ‘라트베리아’라는 국가명이 언급되지만 그 자리가 비어있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이는 닥터 둠의 존재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암시하는 영리한 복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닥터 둠이 프랭클린과 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여러 아쉬움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 앞으로 개봉할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시크릿 워즈’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습니다.


최근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들은 끝없는 스케일 확장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이야기의 본질로 돌아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결국 마음을 주는 것은 우리가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화끈한 히어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묵직한 드라마와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서사의 시작을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꽤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히어로물로서의 아쉬움을 느끼셨는지, 혹은 새로운 가족 드라마의 탄생에 감동하셨는지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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