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스포)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두 배우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107분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https://youtu.be/wkLLP6o2378


얼마 전, 극장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광고가 나가는 동안 부지런히 팝콘을 먹었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스크린에 완벽하게 몰입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팝콘과 콜라를 거의 그대로 남긴 채 상영관을 나와야 했습니다. 바로 9월 5일에 개봉한 영화 '살인자 리포트'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러닝타임 107분의 대부분을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그곳을 채우는 두 남녀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 아주 과감하면서도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입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극장을 찾았다가 뜻밖의 수작을 발견한 듯한 짜릿함을 느끼게 해 준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스포일러 없이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결말의 반전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므로, 되도록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관람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숨 막히는 인터뷰의 시작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을 연쇄살인범이라 주장하는 '영훈'(정성일 분)이 단독 인터뷰를 제안해 온 것입니다. 약속 장소는 다름 아닌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 특종을 향한 직업적 본능과 정체 모를 상대에 대한 짙은 의심 속에서, 선주는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위트룸으로 들어섭니다. 젠틀한 태도 뒤에 서늘한 광기를 숨긴 영훈은 자신만의 살인 리포트를 시작하고, 선주는 그의 말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며 그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파헤쳐야만 합니다.

두 배우가 빚어내는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

'살인자 리포트'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단연코 주연 배우 조여정과 정성일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입니다. 배경 음악조차 절제된 상태에서, 오직 대사와 표정, 눈빛만으로 107분 동안 밀도 높은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것은 배우들에게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조여정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큰 도전과 같았으며, 단순한 형식 때문에 오히려 연기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날까 우려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과 '히든 페이스'에 이어 또다시 밀실이라는 공간에 놓이게 된 그녀는, 살인자를 마주한 언론인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관객이 '선주'의 입장에 완벽하게 동화되도록 이끕니다. 그녀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관객을 스위트룸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합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하도영' 역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성일 배우는, 이번 작품이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오랜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그의 탄탄한 발성과 대사 처리 능력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의 특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제작 발표회에서는 "대사 량이 드라마 5~6편 정도 되는 분량이라 감독을 죽이고 싶었다"라는 농담을 던질 만큼 엄청난 양의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일각에서 그의 연기가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를 연상시킨다는 평에 대해, 그는 특정 캐릭터를 참고하기보다는 '폰 부스'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와 표정으로 긴장을 쌓아가는 작품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영리한 연출

'살인자 리포트'는 한정된 공간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우 영리한 연출을 선보입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공간 자체가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영화 곳곳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납니다. 인물 '선주'의 감정 변화와 극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의 색감과 대비를 달리하며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조명이 바뀔 때마다 마치 연극의 막이 바뀌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2인극에 시각적 활기와 리듬감을 불어넣습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미장센과 촬영, 조명은 관객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아쉬움

물론 이 영화가 두 배우의 연기력과 영리한 연출만으로 가득 찬 완벽한 작품인 것은 아닙니다. 아쉬운 지점 역시 분명히 존재합니다. 유사한 구도가 반복되고 스위트룸이라는 공간에 관객이 익숙해질 때쯤, 특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지는 구간이 찾아옵니다.


또한, 방대한 대사량은 관객에게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는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관람할 때 옆자리의 관객은 코를 골며 잠이 들었고, 앞자리의 관객은 영화 중간에 아주 큰 소리로 하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 영화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더불어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며 '사적 복수의 정당성'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답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어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살인자 리포트'는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대결을 감상하고 싶은 분, 정통 심리 스릴러를 선호하시는 분, 그리고 한정된 공간이 주는 특유의 몰입감과 서스펜스를 즐기는 분들께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나 역동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독특하고 과감한 매력을 지닌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가급적 아무런 정보 없이 극장을 찾아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몰입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이기에, 가정에서 관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관에서 웃고 우는 것, 혹시 비매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