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리는 지점과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자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를 감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변성현 감독의 영화는 아무리 못해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복순>에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셨는데, 저는 변성현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아쉬운 작품이긴 해도 그냥저냥 볼만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 배우가 또다시 만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재생시간이 2시간 18분으로 솔직히 길다면 긴 시간인데, 후반부에 가서 좀 늘어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봤습니다.
실화 모티브
이번 영화는 1970년에 있었던 일본항공 '요도호' 납치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조작하려는 권력의 민낯, 그리고 진실과 거짓, 믿음과 현실의 경계를 그리는 블랙 코미디죠.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1970년 3월 31일, 일본의 극좌 단체 적군파 소속 9명이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 요도호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들은 북한 망명을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김포공항을 평양 순안공항처럼 위장하는 황당한 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군인들이 북한군 복장으로 갈아입고, '평양 도착 환영' 플래카드를 내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겁니다.
영화는 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와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그리고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이 벌이는 작전을 그립니다. 100여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한국, 일본, 미국 당국자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신념으로 충돌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인질들을 구출할 수 있을까요?
같은 소재 다른 접근
2024년 6월,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다룬 영화 <하이재킹>이 개봉했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1970년대 항공기 납치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접근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하이재킹>이 비행기 '기내'의 긴박한 상황에 집중했다면, <굿뉴스>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게임과 진실의 조작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냅니다.
제목 '굿뉴스'에 담긴 반어법
영화의 제목인 '굿뉴스' 자체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반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일어난 사실'에 '약간의 창의력' 그리고 대중의 '믿으려는 의지'가 더해졌을 때, '진실'이 어떻게 '굿뉴스'로 조작되고 포장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에는 "뒤에서 어떤 지랄이 벌어지든간에 사람은 눈에 보이는 걸 믿고 믿으면 더이상 구라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 대사처럼, 여기서 말하는 '굿뉴스'는 진짜 진실이 아니라, 권력이 '믿게 만든 사실'이자 '좋다고 규정된 소식'을 뜻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변성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사람을 구조한다는 것 자체가 굿뉴스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소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는데 그런 반어적인 의미가 재미있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실과 '달의 뒷면'
영화는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거나, '때로는 진실도 거짓말을 한다' 같은 그럴듯한 명언들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우리가 보는 뉴스, 즉 '달의 앞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 뒤에 감춰진 '달의 뒷면', 즉 정치 공작이나 여론 조작, 권력 암투 같은 것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는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줍니다.
이 명언들은 진실과 거짓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사회의 복잡성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보는 관점과 믿음에 따라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진짜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믿게 만들 수 있는 진실'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진실과 거짓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처럼 위장하는 황당한 작전 자체가 바로 이런 논리의 결과물로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명언들을 한 사람으로 '트루먼 셰이디'라는 인물이 자막으로 소개되는데, 이 인물조차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믿었던 것이 거짓일 때가 있고, 진실도 때론 떨떨하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권위 있어 보이는 명언조차도 거짓말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요도호 납치 사건은 그에 적격이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관객은 "아 진짜 저런 사람이 저런 말을 했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멋있는 명언인 줄 알고 받아들이다가, 나중에 이게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 관객들도 한 번 속은 기분이 들죠. 우리가 얼마나 쉽게 권위 있어 보이는 것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체험하게 만드는 깨알 같은 장치입니다.
권력과 언론, 관료주의에 대한 풍자
영화는 권력의 조작과 언론의 역할, 관료주의와 무책임함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100여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한국, 일본, 미국 당국자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소재를 줄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 나옵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생명보다 자신의 자리와 권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비겁함과 무책임함을 그리고 있죠.
그리고 이런 모습이 비단 197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게 더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도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목적을 가지고 '위장된 진실'일 수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진화하는 변성현과 설경구
이번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 배우의 네 번째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인상적입니다. 이 두 사람의 협업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진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설경구 배우는 한재호를 연기하며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신드롬을 일으켰죠. 욕망과 인간적 결핍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킹메이커>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하며 '빛'을 상징하는 이상주의적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고, <길복순>에서는 킬러 회사 대표 차민규를 연기하며 룰을 중시하는 냉철함과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라는 배우를 가장 잘 알면서도, 동시에 가장 낯설게 만드는 감독인 것 같습니다. 이번 <굿뉴스>에서는 설경구 배우에게 꾀죄죄한 얼굴, 낡은 양복, 무채색 톤의 비주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외형적 변화를 주었습니다. <불한당>의 그림자와 <킹메이커>의 정치적인 두뇌 싸움을 모두 가진 '진실을 설계하는 자'로서 변성현 감독의 세계관을 완성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홍경과 류승범의 연기
홍경 배우가 연기한 공군 중위 서고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노련하고 의뭉스러운 '아무개'와 대비되면서, 약간 삐딱하면서도 야심으로 가득 찬 청년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반면, 이 영화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아마 류승범 배우가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일 겁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저는 이것도 의도된 연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지향적이면서도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톤을 사용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특히 충청도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일부러 과장되게 캐릭터 연출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보니 오히려 그게 캐릭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스타일이 메시지다
이런 배우들의 열정과 변성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이 만나 독특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은 이런 주제를 무겁게만 다루는 게 아니라, 스타일리시하게 포장합니다. 어쩌면 이 '스타일' 자체가 영화의 메시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진실이 어떻게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조작되는지를 연출 방식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이죠.
만화적인 연출과 빠른 편집, 가벼운 유머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상미를 정말 잘 뽑아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한국 관제사와 북한 관제사의 대결을 서부극처럼 연출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여객기의 교신 주파수를 낚아채야 하는 긴박한 순간을, 총알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서부극의 한 장면처럼 표현한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진지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밸런스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
영화의 미술도 정말 칭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한아름 미술감독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 1970년대에 사용됐던 동일 기종 보잉 727의 폐비행기를 미국에서 구입해 한국으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3~4등분으로 나눠 배에 싣고 들여왔다고 하는데, 이런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1970년대의 색감이나 소품들도 정말 세심하게 신경 쓴 게 느껴졌습니다.
호불호 포인트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류승범 배우의 과장된 연기나 충청도 사투리 어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부러 과장된 연출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초중반에는 리듬감 있게 잘 이어지다가 김포가 평양이 아니라고 밝혀진 시점부터 마지막까지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가볍지 않고 대사량도 많아서, 가벼운 오락 영화를 기대한 관객분들에게는 난해하고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명확한 선악 구도나 '사이다' 같은 통쾌한 결말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하이재킹> 같은 긴박한 액션이나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원했던 분들에게는 찝찝하거나 모호한 여운을 남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웰메이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뉴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중에서 꽤나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작품들이 다소 실망스러운 것들이 많아서 기대를 낮추고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정리하자면,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 특유의 개성과 설경구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진실과 거짓에 대한 질문이 어우러진 수작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변성현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하셨던 분들, 블랙 코미디와 정치 풍자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킹메이커>, <내부자들>, <더 킹> 같은 정치 스릴러를 좋아하셨다면 이 영화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벼운 오락 영화를 기대하시거나, 과장된 연기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명확한 권선징악의 통쾌한 결말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마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100여 명의 목숨이 위협받는 위급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방식이 적응 안 되실 수도 있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는 과연 진실일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굿뉴스'일까요? 달의 앞면만 보고 뒷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질문들이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다양한 감상과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저도 읽어보면서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