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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결 Jul 17. 2023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뭐든 남겨야만 했다

 사진은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걸 애써 붙잡아 프레임에 담으면서 우리는 그 시간을 소유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물리적인 사진 한 장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시간을 가지지는 못한다. 사진에 담긴 건 현상일 뿐 그 안에서 우리가 느꼈던 강렬한 인상과 감정은 시간에 의해 바래지기 마련이다. 바래진 만큼 시간은 거리를 느끼게 하고 돌아가고픈 그리움을 더욱 짙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짙은 그리움이 사진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시간이 지나도 과거가 현재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그리운 순간이기도 하며 지금 현재의 우리가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접합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더욱 알게 되기도 한다. 내가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꾸 시선을 내주는지 찍어온 사진들을 쭉 늘여놓아 보면 쉽게 알게 된다. 별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연결된 사건이었거나, 반복해 찍어온 대상을 발견하면 생각 이상으로 애정이 깊었던걸 알게 된다.  

 이처럼 사진은 찍은 순간 완성이라기보단 찍은 이후부터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미완성인 사진을 자신만의 미학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 바로 사진이 가지는 매력이고, 사람들이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소유하기를 열망한다. 그 열망엔 아마 ‘그냥 사라지고 싶지 않다’란 마음이 들어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향하는 지점이 불명확해지면 불안함과 허무를 느낀다.

 이런 맥락에서 사진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충족시켜 준다. 바로 찍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걸 알려주고 우리가 가진 의미와 가치를 사진에서나마 남길 수 있게 해 준다. 그것도 아주 직관적으로 말이다. 이미지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미디어와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걸 낯설고 독특하게 풀어낼 때 우리는 쾌감을 느끼고 거기에 중독돼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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