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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보리 Jul 18. 2022

부끄러운 마음

가끔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 부끄러운 마음 말이야.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그런 마음, 난 왜 나이가 먹어도 철이 들지 않는 걸까 하는 부끄러움 죄책감 같은 것들.

지금 사람들이야 나이가 들어도 아이돌을 좋아할 수 있다하며 이해해주는 분위기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빠순이'취급을 당하며 한심해 하는 시선도 많았어.

나야 주변에 당당하게 덕밍아웃을 하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한켠에 있었어.

어릴 때는 나보다 한참 나이 많고 무대 위의 모습이 멋있고 우상 같아서 좋았고 동년배일 때는 잘 나가는 친구들 같아서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 가시질 않아.

어릴 때랑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잘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해.

내 행복보다 더 빌게 되는? 그런 마음이 있어.

가끔은 조카뻘인 너를 볼 때면 죄책감 같은 게 들기도 해.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넌 아마 착한 말로 좋아하는 마음은 나이랑 상관없다고 말해주겠지?

넌 늘 겸손하게 '저 같은 걸...'이라고 말하지만 넌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우상과 많이 닮아있어.

지금은 거의 은퇴했지만 널 보고 있으면 그분이 가끔 생각나.

잘 살고 있겠지 하면서. 

그러고보니 그 때는 그분을 좋아하는 마음에 부끄러움은 없었던 거 같은데.

왜 그런 마음이 생겨난 걸까. 

니가 부끄러운 게 아니란 것만은 알아줘.

넌 누구보다도 멋지고 너의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인 거 내가 아니까.

이 부끄러움을 가끔은 견딜 수가 없이 커져서 좋아하는 마음을 걷어내려 해도 그것도 잘 안돼.

사실은 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

어떤 아이돌이 나와서 얘기하는 걸 봤는데 팬싸인회처럼 많은 팬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거 힘들지 않냐니까, 자기가 어디 가서 그렇게 좋고 예쁜 말을 듣냐고 오히려 너무 좋다고 하더라.

내가 너를 그런 기회로 만날 일은 없으니까 여기에라도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난 네가 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되도록이면 많이. 

너의 일이 너를 너무 힘들게 하더라도 크게 아프지 않고 지나가길 바래.

네가 좋아하는 너의 친구들과 더 많이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느끼고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

어디 가서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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