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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 와 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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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보리 Jun 08. 2022

K 건강하게 또 보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어.

그날 넌 하얗다 못해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었지.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머리를 새로 하고 왔다고 말야.

넌 아마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기억나.

그때 많은 감정들이 떠올랐어.


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나타난 걸까.

약속 때문에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봐?

아님 그냥 계약 때문에?


누군가는 그런 너를 가식이라고 표현하더라?

하지만 내 눈에는 (이런 내게 콩깍지가 씌었다고들 하겠지만) 너의 사랑 표현 방식이 애잔하게 와닿았어.


아직은 쑥스럽지만 네가 받는 사랑이 어색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느껴져서 최대한 많은 날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해.

그런 너의 방식이 좋았어.

네가 받는 모든 마음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해.


그리고 얼마 전 네가 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어.

안 하던 걸 한다고 해서 무리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니 몸을 상하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나도 물론 좋았어.

너 춤추는 거 정말 이쁘거든 몸동작도 표정도

근데 사람이란 게 과거를 자꾸 찾다 보니 어린 시절 너의 전공이 보고 싶었고

이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몸에 든 멍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기특하다고 생각했었어.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도 했어.


그 소식을 듣는데 오래전 아픈 걸 참고 웃는 얼굴 보여주려 했던 그때가 떠오르더라.


아픈 바람에 활동을 제대로 마무리 못해서 누구보다도 네가 제일 아쉽겠지만

나도 아쉽지만 이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너의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함께.


또 이쁘고 멋진 모습 보여줘.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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