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서점 베스트 5에 있던 책이 있었다. 김수현 작가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는 책이었다. 이 표지의 그림은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가 있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과 같은 저자였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을 위한 책이 유행하듯 출간되었다. 그 시작점에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이런 자기 위안, 자기 암시를 하는 듯한 책은 외면했었다. 아마 1년 전의 나였다면 무슨 헛소리인가 하며 관심도 가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을 들락거리며 장바구니를 채우던 어느 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100만 부 기념 에디션이 발행되었다는 걸 보게 되었고 일본에도 수출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한 책이야?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우리는 모두 슈퍼히어로를 꿈꿨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것이 먼저인 어른이 되었다.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애매한 실력, 애매한 어른으로 자란 우리는 모두 어른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작가 소개 중에서
이 책은 내게 위로보단 공감을 많이 하게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저자의 말에 공감하고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글로 풀어냈다. 글의 힘은 참 대단하다. 생각만 하는 것과 눈으로 글자를 보는 건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살기에,
뭐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 뭐라도 하고 거기에 안도감을 얻는다.
...
세상에는 우리의 불안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뭣이 중헌지를 모르면 현혹되는 법이다.
사람들의 무리 안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불안에 쫓겨 열심히 하는 건 그만두시라.
대신 원점으로 돌아가자.
당신의 삶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목적을 세우고 방법을 찾자.
당신의 목적을 충분히 의식하고 실천하는 것.
안도감이란 그곳에 있다.
'불안하다고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 것' p149 - 150
전 직장에서 참을 수 없이 힘들어져 아무 준비 없이 퇴사를 했었다. 퇴사만 하면 뭐든 나아지리라 생각했는데 준비 없이 저절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혼자 하염없이 방황했고 불안감은 증폭되었고 어이없는 곳에 겨우 손에 들어온 돈들을 내 손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퇴사에 후회는 없지만 그 이후 나를 방치한 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그 때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지만, 난 아마 그 때 서점을 배회하며 이 책의 표지를 수없이 봤을 것이다. 그 때마다 이 사람은 나랑 애초에 달라, 봐봐 이 상황은 나보다 낫잖아 하며 부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제야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래, 나는 노잼이야.', '나는 명품백은 없지만 명품백을 만드는 사람이잖아.', '아는 척 하지말자' 등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애는 누구보다 크지만 자존감은 지구핵 저 바닥까지 끌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그냥 위로가 되었다고 인정하는 게 나으려나.
유일하게 메모지로 코멘트를 붙였던 페이지가 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것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극 중 오해영의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책에 언급되어 있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래요.'
나를 세상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렇게 애썼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노력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했던 세월이 수도 없다. 나에게 나 자신만큼 애틋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저자는 마지막까지 독자가 잘 살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상처가 생겼다는 이유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내 삶이 홀로 울고 있다면 그건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당신의 고단함이 별것 아니라서 혹은 다들 그렇게 사니까,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당신에겐 가장 애틋한 당신의 삶이기에 잘 살아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문제를 안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 p12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