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내가 생각했던 봄이 아닐 때
봄, 파괴
이곳의 어르신들은 제2 순환도로 안만을 북경이라 여긴다는데
시간의 순환도로에서 네 개 중 절반은 이미 몸집을 많이 키웠다.
천둥은 서둘러 봄을 깨웠다.
경칩
선생님은 짧게 내뱉고
컬러 인쇄가 흑백이 되고 실내 수업이 야외수업이 돼가는 동안
계속 수업만 했다.
수업 전 보았던 꽉 찬 봉오리, 꽃잎 몇 개는
비바람에 낭패를 보았다
그 후로도 꽃잎은
할머니의 우산꼭지로
벌들의 다리로
카메라의 후레시로
사람들의 집어삼킬 듯한 눈동자로
파르르 떨었다.
차라리 봄은 없다.
봄은 영원히 황무지*다.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꽃나무 아래
아이들이 떨어진 꽃잎들을 상추 잎처럼 모으고 있다.
*T.S 엘리엇의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