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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Mar 24. 2019

봄, 파괴【시】

더 이상 내가 생각했던 봄이 아닐 때

봄, 파괴

   

이곳의 어르신들은 제2 순환도로 안만을 북경이라 여긴다는데

시간의 순환도로에서 네 개 중 절반은 이미 몸집을 많이 키웠다.


천둥은 서둘러 봄을 깨웠다.

경칩

선생님은 짧게 내뱉고

컬러 인쇄가 흑백이 되고 실내 수업이 야외수업이 돼가는 동안

계속 수업만 했다.     


수업 전 보았던 꽉 찬 봉오리, 꽃잎 몇 개는

비바람에 낭패를 보았다     


그 후로도 꽃잎은

할머니의 우산꼭지로

벌들의 다리로

카메라의 후레시로

사람들의 집어삼킬 듯한 눈동자로

파르르 떨었다.     


차라리 봄은 없다.

봄은 영원히 황무지*다.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꽃나무 아래

아이들이 떨어진 꽃잎들을 상추 잎처럼 모으고 있다.      




*T.S 엘리엇의 《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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