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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Mar 24. 2019

이 공은 골대로 가지 않아【시】

인간의 감각, 욕구, 감정

이 공은 골대로 가지 않아


투명한 선홍빛 무-울컹한

뇌를 입에, 뱃속에, 안구에, 몸 곳곳에

빈틈없이 구석구석 덜어낸다.     


치킨에서 양념에 절여진 두꺼운 털이 나왔다. 이것은 누구의 음모인가. 그것을 못 본 듯 밑으로 털어내고 치킨을 다 먹고 나서야. 그것이 방바닥에 돌아다니고 있고, 더러운 치킨이 내 뱃속을 휘젓고 다니고 있음에 미치도록 역겹다.


술안주를 급하게 먹다가 입안을 씹었다. 씹힌 곳은 계속 연속으로 씹혀 어느새 작은 아가미가 생겼다. 얻어터진 듯이 아가미에서 피가 새어 나온다. 다행히 숨도 못 쉬는 아가미는 침으로 습한 환경에서 비교적 빨리 재생되어간다.     


9호선은 많은 역을 정차하는 일반열차와 많은 역을 지나치는 급행열차로 구분되어 있다. 플랫폼에 막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며 헷갈려하는 친구에게 친절히 답해준다. “이번에 오는 건 일반열차여. 느리게 오잖여.”     


난 꽤 자주 자기 전에 발작을 일으킨다. 그리고 발작의 렘수면을 지나야 만 숙면으로 들어간다. 발작 후에 잠이 완전히 달아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큰 개가 나를 물려고 하는 매번 같은 꿈과 함께 발작을 하게 되면 잠들고 있는 순간을 느끼면서 잘 수 있는 행운이 또 찾아왔노라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공 같은 뇌는 절대로 골대로 가지 않는다.

뇌는 이쪽저쪽에서 제멋대로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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