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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Apr 18. 2019

각자의 시간 각자의 나라로【시】

강박적으로 시계를 보는 현대인들에게

계절이 하나밖에 없는 나라는 계절이 없고

그 나라로 가려면 내가 가진 시간 조금을 허공에 버려야했다

버린 시간만큼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양초는 자기가 묻힐 곳으로부터 자기를 태우면서 

식물은 꽃잎을 손가락처럼 접으면서 

알람은 깨워주기도 전에 강박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면서 

짠김은 방부제(DO NOT EAT)를 입에 물고 태어나면서

시간을 재는 것이다.      


초침 같은 리듬을 심중에 지니고

일부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운동장을 도는 

계속 도는 사람들

그러니까 시간과 상관없이 시계는 맨홀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각자의 시간으로 각자의 나라에서 살기 위해 

서둘러 채비를 하자

그러니까 각자의 그것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다.

그것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나는 꾸역꾸역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이라 말할수록 ‘그것’은 선명해진다.     



(다른 방향으로 퇴고)


초침 같은 리듬을 심중에 쥐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계속 달리는 사람들


그 틈에 섞여

거대 맨홀 뚜껑 위에서

종일 쥐고 있던 시간을 비로소 털어보였습니다.


매서운 바람에도 뛰는 이들의

시침과 분침과 숫자는 눈물 가루가 되어 운동장에 흩어집니다.


밤이면 달리게 됩니다.

달리면 덜어내게 됩니다.


내일이면 애써 덜어낸 것들이 시작점과 끝점이 되어

새롭게 저를 괴롭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숨을 고르고

텅 빈 운동장 한 가운데에 섰는데,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BGM : 춘곤(윤석철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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