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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Apr 13. 2019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구 【에세이】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에 대한 재고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 Pyramid)은 분명 설득력 있다. 일단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 그의 이론은 참신하다. 또한 매슬로의 이론은 긍정적 실존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인생은 특정 순서나 공식 없이 인간 존재 자체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는 점에서, 인간만큼은 실존이 본질을 앞선다는 이론적 배경에도 동의한다.     


다만 매슬로의 이론에는 반박의 여지가 있다. 매슬로에 따르면 각 단계의 욕구들은 건너뛸 수 없고 퇴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먹방(먹는 방송)’,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과 같은 단어들로 형용되는 현대사회는 기본적인 욕구들에 충실하려는 ‘퇴행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로 앞선 단어들의 컨셉으로 제작된 콘텐츠들은 차고 넘친다. 가령 최근 화제가 되었던 가수 화사의 곱창 먹방에 대한 반응을 보면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점심시간이 되어서 밥을 먹고 싶다’와 같은 일시적인 식욕과는 차이가 있다.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에서 하위 단계의 욕구가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삶에서 중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집에서 누워서 쉬는 게 삶의 낙인 수많은 현대인들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들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는 것에는 한발작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혹은 살아가고 싶어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매슬로가 말하는 ‘자기실현의 욕구’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욕구이다. 우리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열심히 살고 있는 중에도 문득 ‘왜 나는 힘들 때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을까?’(애정과 공감의 욕구), ‘열심히 일했는데도 왜 이렇게 모아놓은 돈이 없지?’(안전의 욕구)와 같은 의문들을 느끼며 ‘그동안 헛살았구나...’하고 절망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러한 의문들이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문을 통해 우리는 상위 단계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 혹은 이미 충족한 상태에서 하위 단계 욕구의 결핍을 발견하고 그것을 메워나간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욕구 체계는 꽤 자주 하위 단계의 욕구 체계가 구멍 뚫리기도 하고 그것이 메워지기도 하면서 더욱 단단해져간다. 매슬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 욕구 단계에서 언제든지 ‘결핍 동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위단계든 하위단계든 모든 종류의 욕구는 결국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자료 1(출처 : http://blog.daum.net/smj51567/724)
자료 2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를 보완해서 새로 도식화해본 그림.  자료 1의 모형보다는 입체적이고 flexible 한  원뿔모형의 욕구위계이론.

참고 자료 

황아리, 「이금이의 성장소설 연구 :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2014.

데이비드 샤플리, 「동기 이론 -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 숙명여자대학교, 2017.          



'오늘은 뭐 먹지?', '오늘은 뭐 입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이니까 중요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욕구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매슬로가 떠올랐고 좀 엉뚱할 수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소 낙관적인 결론일 수 있지만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매 순간순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살아가는게 기본적으로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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