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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Sep 07. 2019

영화 <꿈의 제인>(2016)【영화】

소현의 꿈, 그 꿈의 상징들

* 저작권으로 인해 영화<꿈의 제인>의 장면 중 〔그림 5〕밖에 첨부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는 각 장면마다 ‘시간’으로 표시해두겠습니다. 〔그림 1〕~〔그림 6〕은 참고자료일 뿐이므로, 장면 하나하나 찾아보지 않고 글을 읽어도 괜찮습니다.      


01. 들어가며     


영화 <꿈의 제인>은 지난 201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상’,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소현’ 역의 이민지 배우와 ‘제인’ 역의 구교환 배우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주목받았다. 구교환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제인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제인을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제인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냐는 질문에는 “유머러스했어요.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유머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만난 제인에게 반해버렸습니다.” 라고 답했다. 제인은 독보적인 매력의 소유자이다. 제인은 꿈, ‘뉴월드’ 같이 몽환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전체 서사의 주인공은 소현이지만, 그녀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인상적인 인물이 바로 제인이다. 이처럼 영화 <꿈의 제인>은 ‘꿈의 공간’과 ‘제인’을 중심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로이드는 꿈이 우연히 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사고와 관련하여 생기며 그 원인을 충족되지 못한 소망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꿈 그 자체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포함한다. 영상서사에 삽입되는 꿈 역시 인물의 무의식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꿈은 이야기 속에 내재되는 순간부터 보편적인 인간 정신세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서사적 장치로써 발휘된다. 그래서 서사적 장치로써의 꿈은 그것에 나타난 상징적인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꿈은 과거부터 문학작품이나 영상서사에 빈번히 활용되었고, 복선이나 인물의 내면묘사 등과 같이 그 기능과 효과도 다양하다. 


영화 <꿈의 제인>에서도 역시 ‘꿈’이 활용되었다. 영화는 소현의 꿈과 현실이라는 크게 두 개의 서사적 구조로 나뉜다. 하지만 영화 <꿈의 제인>에서 서사적 장치로써 꿈이 활용되는 방식은 비전형적이다. 첫째,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꿈의 서사와 현실의 서사가 순행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꿈의 서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 각각 인물이 잠이 드는 장면이나 깨는 장면을 넣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영화 <꿈의 제인>에서는 음향효과나 조명 등을 통해 꿈의 공간임을 드러낼 뿐, 꿈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게 묘사된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서 소현이 찾아간 모텔방이 소현이 꿈에서 제인을 만나게 되는 장소인데, 이처럼 꿈과 현실에서의 사건들이 시간의 순서와는 무관하게 파편화 되어있다. 둘째, 꿈의 서사가 영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크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꿈의 이야기는 자세한 설명 없이 전개된다. 이는 소현의 꿈에서 현실로 서사의 흐름이 전환되기 전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소현의 꿈이 현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본 연구는 소현의 꿈에 나타난 상징적 요소를 중심으로 영화 <꿈의 제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소현의 꿈과 현실에서 나타난 제인의 가출팸과 병욱의 가출팸을 비교해보는 것을 중심으로, 현실에서는 충족되지 못한 그녀의 욕망이 꿈의 공간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는 제인이라는 인물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여, 소현의 욕망이 제인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 <꿈의 제인>에서 ‘꿈’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자 한다.     

 

02. 꿈을 통해 재구성되는 가족     


  영화 <꿈의 제인>은 대비되는 두 개의 ‘가출팸’을 중심으로 유사가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출팸’이란 가출 패밀리의 약자로 청소년이 가출 후 자신들끼리 집단은 형성하여 거리에서 함께 생활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가출팸을 포함한 유사가족은 혈연 중심의 가족구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유사가족에서는 일반적으로 그 가족을 대표하는 자가 ‘엄마’나 ‘아빠’라고 불리며 혈연관계의 부모 역할을 대신한다. 유사가족은 근대가족의 범주에서는 ‘비전형적인’ 형태의 가족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가족다양성담론은 가족위기담론을 위기나 해체의 문제로 보는 대신 다양성의 이름으로 그것을 인정한다. 영화 <꿈의 제인>은 소현이 왜, 어떻게 가출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가족다양성담론이 비교적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가출팸의 형성 과정을 그려내는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 소현이 생활하는 가출팸과 소현이 꿈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가출팸의 모습을 대조시켜 보여줌으로써, 유사가족을 진정으로 가족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타내고자 한다. 


현실에서 소현은 병욱이 이끄는 가출팸에서 생활한다. 병욱은 근대가족의 가부장적 권력을 상징한다. 그는 자신의 팸에서 생활하는 구성원들에게 ‘아빠’라고 불리며, 폭력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는 팸에 새로 들어온 구성원에게는 반드시 신고식을 치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과시한다. 소현 역시 병욱의 신고식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영화의 서사가 소현의 현실로 전환될 때 소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데, 이때 소현은 신고식을 치룬 후 맞은 채로 누워있는 상태다. 이는 현실에서 병욱의 권위에 대항하지 못하는 소현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이후 지수가 병욱의 팸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소현에 대한 병욱의 폭력은 지수에게로 옮겨간다. 병욱은 지수에게도 신고식을 치르게 하려고 했지만 지수는 소현과 달리 병욱에 대해 강력히 저항한다. 결국 병욱에 의해 방에 갇힌 지수가 탈출을 하려다가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소속감에 대한 소현의 욕망은 완전히 좌절된다. 병욱의 팸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지수가 죽었을 뿐만 아니라 지숙의 죽음을 계기로 병욱의 팸이 해체되기 때문이다. 이는 부성애가 결핍된, ‘아빠’라고 불리는 존재의 폭력이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반면 꿈에서 소현은 제인이 이끄는 가출팸에서 생활한다. 제인의 가출팸은 소현의 꿈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속감에 대한 소현의 욕망이 실현된 공동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병욱 팸과 대비되는 제인 팸의 모습을 중심으로 소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유사가족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제인 팸의 구성원은 소현, 지수, 쫑구, 대포인데, 대포와 쫑구는 지수가 병욱에 의해 방에 갇혔을 때 야구 배트를 들고 병욱을 협박하기도 했다. 즉 지수, 쫑구, 대포 모두 현실에서 병욱에게 저항했던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소현이 그리는 이상적인 가족은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지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인은 여성이면서도 남성인, 성적으로 경계적인 인물이다. 제인은 병욱의 권위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의 인물로 그려지면서, 소현이 부성애와 모성애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제인은 ‘모성애’를 상징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돌아가신 주희 엄마의 방이 소현의 꿈에서는 제인의 시신이 담긴 트렁크가 나오는 방으로 표현되면서, ‘제인은 엄마다’라는 등식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소현의 꿈에서 제인은 현실에서의 지수와 겹쳐 보이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모성애로 상징된다. 소현의 현실에서 지수는 동생을 먼저 챙기고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은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소현을 데리고 병욱의 팸을 떠나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소현에게 지수는 엄마와 같은 존재이다. 한편 소현의 꿈에서는 지수의 비중이 상당히 약화된 채, 제인이 전적으로 자신의 팸을 돌본다. 제인은 팸의 구성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며 무조건적으로 베푼다. 또한 제인과 지수가 각각 소현의 꿈과 현실에서 죽고 땅에 묻히는 장면에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된다. 나아가 꿈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수가 제인의 무덤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소현의 시점쇼트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의도된 음향과 촬영기법은 소현이 지수에게 기대했던 모성애가 제인에게 투영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제인의 가출팸이 병욱의 가출팸과 가장 대비되는 점은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소현이 현실에서 정호오빠와 함께 살던 모델방에 다시 찾아갔을 때 혼자 먹었던 생크림 케이크는 꿈속에서 제인의 팸 구성원들이 모두 둘러 앉아 먹는 케이크로 바뀌었다. 그 케이크를 조각조각 나누며 제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봐봐, 케이크가 몇 조각 남았니? 세 조각 남았지. 니네가 앞으로 살면서 말이야.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넷 중 하나라도 케이크를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야. 엄마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 차라리 셋 다 안 먹고 말아야지. 그치?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먹자.”    

 

이처럼 제인은 가족이라면 마땅히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인의 가르침은 꿈에 빈번히 등장하는 둥근 이미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 〔그림 1〕 <00 : 09 : 10>,  〔그림 2〕 <00 : 26 : 38>         

〔그림 1〕과 같이 제인의 팸이 둥글게 모여 있는 모습은 소현의 꿈에서 여러 번 나타난다. 특히 〔그림 1〕의 경우 미러볼의 조명이 꿈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제인을 중심으로 지수, 대포, 쫑구가 둘러서서 춤을 추고 있는 움직임을 슬로모션으로 담아내어 인물들의 자유로운 몸짓과 웃고 있는 표정을 강조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장면 바로 다음으로 소현이 이들을 보면서 살짝 웃고 있는 장면이 연결되어, 〔그림 1〕이 소현의 시점 쇼트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인 팸이 병욱 팸과 달리 서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제인은 미러볼, 둥근 달, 비치볼과 같이 동그란 것을 특히 좋아한다. 제인은 지수와 소현을 뉴월드로 불러 옥상에서 보름달을 보며 〔그림 2〕와 같이 행동한다. 〔그림 2〕와 같은 세 사람의 바스트숏은 달과 함께 세 사람의 뒷모습을 풀 숏으로 촬영하는 것보다 그들의 얼굴과 손짓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세 사람이 함께 하나의 둥근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둥근 이미지는 모여 있고 뭉쳐있는 속성을 갖는다. 즉 둥근  형상은 병욱의 팸에서 연상되는 분열, 해체와 완전히 상반되며, 소현이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 〔그림 3〕 <00 : 35: 01>, 〔그림 4〕 <01 : 07 : 46>     

제인의 팸과 병욱의 팸은 ‘죽음을 대하는 방식’ 역시 매우 다르다. 제인의 팸에서 제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병욱의 팸에서 지수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은 완벽히 대비된다. 〔그림 3〕은 제인의 팸에서 제인을 묻어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극적대비는 ‘빨간색 담요’이다. 조명이 특별히 어둡거나 밝은 부분은 없으나, 풀숏으로 잡은 숲속의 초록색과 보색을 이루는 빨간색이 가장 눈에 띄기 때문이다. 빨간색 담요는 제인의 몸을 감싸고 있고, 아이들은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듯 제인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그림 4〕는 관객에게 지수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소현의 꿈에 등장했었던 같은 담요를 상기키시고 이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장면이기도 하다. 지수의 시신을 집으로 가져오는 인물들의 성가신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때 빨간색 담요는 지수의 시신을 나르기 위한 물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복해서 쓰이는 소품은 미장센의 가독성을 높여 관객의 시선을 유인하고 영화의 내적 메시지를 가시화하는 이미지 기호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빨간색 담요’는 제인의 팸과 병욱의 팸이 대비되는 양상을 가시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3. 제인에게 투영된 소현의 욕망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꿈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소현의 욕망이 성취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꿈에서 소현이 주동적으로 뭔가를 이루어 나간다기 보다는 오히려 제인이 꿈의 주인공인 것처럼 보여진다. 또한 현실에서 소현은 제인을 단 한 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꿈에서는 소현과 제인이 단둘이 있는 상황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가 강조되어 나타난다. 꿈에서 하나의 뚜렷한 상징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2. 꿈을 통해 재구성되는 가족’에서 언급했던 것 이외에 제인이라는 상징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꿈의 제인은 소현의 또 다른 자아이다. 소현은 현실에서 결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거나 남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말이 없고, 주눅 들어 있고, 소심한 인물이다. 심지어 소현은 지수를 풀어주기 위해 대포와 쫑구가 병욱을 협박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망설였다. 소현은 지수를 살리는 것 이전에, 대포와 쫑구가 모두 떠나고 완전히 혼자 남겨질 자신을 더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소현은 꿈에서 제인과 함께 있을 때 잘 웃고 그에게 만큼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결정적으로 소현은 쓰러져 있던 제인을 살려내기도 한다. 이처럼 제인을 대하는 소현의 태도는 그녀가 타자를 대하는 방식과 대비된다. 꿈의 제인은 소현이 욕망한 자신의 모습인 동시에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림 5〕<00 : 30 : 44> (출처 : 네이버 <꿈의 제인> 스틸컷)

* 〔그림 6〕 <00 : 32 : 28>     

〔그림 5〕나 〔그림 6〕과 같은 장면 또한 제인이 소현과 동일시되어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림 5〕은 제인의 부탁으로 소현이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다. 이 장면 직전에는 제인과 소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쇼트만이 번갈아 교차되었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제인과 소현이 단둘이 있는 상황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림 5〕에서 소현이 등지고 있는 세 인물은 소현이 휘파람을 부는 동안 전혀 미동을 하지 않아, 마치 소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소현은 인물들에게 둘러싸인 채 제인만 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현은 제인만이 볼 수 있는 (마치 유령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와 같이 표현된 소현의 모습은 소현만 찍혀 있지 않은 (제인, 지수, 쫑구, 대포가 찍힌) ‘가족사진’의 이미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한편 〔그림 6〕은 제인이 죽은 후 제인 팸의 구성원들이 앉아있는 모습이다. 여기서도 역시 소현 이외의 세 인물에게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이들은 배경에 불과하다. 반면 소현은 세 인물들에 비해 카메라 쪽에 더 가깝게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거의 정면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은 클로즈업되어, 소현의 감정이 매우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6〕 다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 소현이 응시하는 대상이 침대에 눕혀놓은 제인의 시신임이 드러나면서, 〔그림 6〕의 소현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이 극대화된다. 이처럼 〔그림 5〕와 〔그림 6〕의 미장센은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의 배치를 중심으로 제인과 소현이 마치 한 사람인 듯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소현과 제인은 근본적으로 여러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소현과 제인 모두 보이는 것만 믿는 세상에서 예외적인 존재다. 소현의 발가락은 겉으로는 없지만 가끔씩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제인의 음경은 실재하지만 제인 자신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의 시작과 후반부에 각각 소현의 내레이션과 제인의 대사에서 “태어나서 처음 배운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내용이 반복되는 것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소현과 제인은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제인이 뉴월드의 관객들에게 “저는 어찌할 줄 몰랐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죠.”라고 털어 놓는 부분은 소현이 대포 앞에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우는 장면과 유사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소현의 꿈에서 제인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현은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통해 제인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제인이 숲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강렬한 이미지는 소현이 자살시도를 한 후 욕조에 피가 번져가는 이미지와 겹쳐진다. 제인이 죽고 영화의 서사가 소현의 꿈에서 현실로 전환되기 직전의 소현의 내레이션을 통해 제인의 죽음은 곧 소현의 욕망이 좌절되었음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현의 내레이션은 절망적인 꿈의 기록인 것이다.  


“제가 이 편지를 쓴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그럼 혹시 제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사실 저는 지금 또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꿈만 같던 순간들은 모두 끝나버렸어요. 이제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없던 때로 말이에요.”     


한편 프로이드는 욕망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늘 존재하며,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인의 죽음은 해석하면, 소현은 자신의 죽음을 마주함으로써 현실에서는 영원히 충족하지 못할 욕망을 완전히 충족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꿈의 결말은 행복이기도 하고 불행이기도 하다. 이렇듯 모순적이고 경계적인 죽음의 상징적 의미는 제인이라는 인물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4. 마치며     


‘2. 꿈에서 재구성되는 가족’에서, 병욱의 가출팸과 대비되는 제인의 가출팸에 드러난 여러 가지 상징적 요소들은 현실에서 좌절된 소현의 소속감에 대한 욕망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이때 제인은 현실에서 소현이 지수에게 기대했던 모성애를 상징한다. 소현의 꿈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미러볼, 비치볼, 보름달과 같은 둥근 이미지들은 제인의 가출팸, 즉 소현의 이상적인 가출팸이 지향하는 가족의 모습을 가시화하여 드러낸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빨간색 담요’은 소현의 꿈과 현실에서 중복 사용되어, 제인의 가출팸과 병욱의 가출팸의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뚜렷이 다름을 보여준다. 


‘3. 제인에게 투영된 소현의 욕망’에서는 소현의 꿈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인이라는 인물을 하나의 상징으로 보고, 꿈의 제인을 소현 또는 소현의 욕망 자체와 동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소현의 또 다른 자아로서의 제인의 죽음을 모순적인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상징이라고 분석하였다. 


영화 <꿈의 제인>에서 꿈은 소현의 욕망을 내포한 공간이면서, 제인으로부터 소현이 위로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감독은 꿈의 범위를 애매하게 처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향과 소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서사적 장치를 넘어 전체 서사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꿈의 공간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꿈의 서사와 그 공간 속 제인은 보다 흥미롭게 표현될 수 있었다. 영화 <꿈의 제인>은 ‘꿈’을 소재로 한 영화로써 이와 같은 신선한 시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참고문헌     

1.  단행본 및 논문 자료     

변사무엘, 「꿈으로 나타나는 욕망의 상징적 표현연구」, 성신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3.     

서보람, 「'가출팸' 경험 청소년의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이윤주, 「『일월』에 나타난 꿈의 서사구조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유세문,  「동시대 한국 영화의 갈등 구조 연구 : 유사가족 표상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윤자영, 「꿈의 이미지를 통한 자기치유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진환, 「영화 속 가족의 해체와 대안적 재구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역할 : 2000년대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정예솔, 「2000년 이후 단편소설에 나타난 가족해체 양상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8.      

함인희, 「한국 가족의 위기-해체인가, 재구조화인가?」, 『가족과 문화』 14(3), 한국가족학회, 2002.           


2. 기사 및 인터넷 자료     

배상준, 「미장센-사물과 소품」, NAVER 지식백과, 2016.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43509&cid=42219&categoryId=58493     

채소라, 「<꿈의 제인> 구교환 “제가 만난 제인을 들려드릴까요?”」, 맥스무비, 2017. 06. 09. http://news.maxmovie.com/32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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