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글즈 하림 종교
일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치마를 입고 화장한 다음 거실로 내려가 가족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했다. 그러고 나서 시리얼과 우유를 먹고 양치한 다음 밖으로 나가 해가 드는 마당의 초록초록한 잔디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주님께 예배드리는 날이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빠 차를 타고 교회에 갔다.
예배 모임이 끝난 후 주일 학교에 갔다. 존슨 자매님을 기다리면서 “너 지난주 과학 수업 시험 잘 봤냐”, “운전 면허증 언제 따냐”, “다음 달 프롬에 누구한테 데이트 신청할 거냐” 하면서 시시콜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존슨 자매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오늘의 주제는 순결에 관한 법입니다.”
16살이 된 나와 친구들은 쫑긋하며 집중했다.
주일 학교 때마다 존슨 자매님은 교회 매거진인 ‘리아호나’를 가져오거나 노트북으로 교회 교리에 관한 영상을 보여주시는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그냥 껌 한 통만 가져오셨다.
존슨 자매님은 껌 한 통을 꺼내며 “너희들 껌 먹고 싶니?”라고 물었다. 우리는 “네 주세요!” 하고 외쳤다. 그러자 자매님은 껌 종이를 벗겨 옆에 있는 탁자에 탁 올려놨다.
“이래도 먹고 싶니?”
“네 좋아요.”
다음엔 껌을 입 안에 넣었다가 손바닥에 뱉어 보여주었다.
“이래도 먹고 싶어?”
모두 충격받은 얼굴로 가만히 쳐다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존슨 자매님은 다시 껌을 입에 넣고 짝짝 씹었다. 풍선을 몇 번 불고서 다시 손에 뱉었다.
“이래도 먹고 싶어?”
“아뇨.. 그냥 안 먹을래요.”
“왜? 너 껌 좋아하잖아? 껌이 얼마나 맛있는데.”
“자매님 침이 묻었잖아요. 더러워요.”
“그래 네 말대로 남이 씹은 껌은 아무도 먹기 싫겠지.”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 씹다 버린 껌은 너희들 순결과 같은 거야. 소중히 여겨지다가 더러워지면 아무도 원하지 않지.”
순결을 잃은 여성은 더 이상 먹음직스럽지 않고 씹다 버린 껌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이 바로 몰몬교의 가르침이다.
나는 가치를 잃었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결혼하기 합당하지 못한 존재야.
오랜 기간 교회 교육에 세뇌된 몰몬 여성들은 순결의 법을 어기면 극심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들은 결혼해서도 배우자와의 성관계 만족도가 평균보다 낮다는 연구가 있다. (여성 신체상 및 성관계에 대한 만족의 연관성, Pujols Y., BA, Meston C., PhD, Seal B., PhD, 2010).
순결의 법을 어겼을 시, 구역 지도자에게 죄를 고백해야 되는데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받으려면 몰몬교에서 운영하는 심리 상담 센터에 가 '성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
DSM-5(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중 ‘성 중독’이라는 정신 질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DSM-5에 새로운 질환을 추가하려면 그 진단을 받은 환자가 그 질환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손상을 입었거나 그 질환이 일상 생활 하는데에 있어 큰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충분해야 하는데, 일반 여성들의 경우 순결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해서 큰 문제를 겪진 않는다.
그러나 교회에 의해 ‘성 중독자’로 낙인 찍힌 몰몬 여성들은 교회 지도자의 조언과 비과학적인 상담 치료로 더욱 악화된다.
청년 여성들이여, 여러분들의 부적절한 옷차림이 주변 남자들에게 외설물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댈린 H. 옥스 사도는 2005년 연차 대회에서 위와 같이 설교했다. 만약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가해자보다 옷차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여성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을 설파하는 게 바로 몰몬교의 가르침이다.
예수는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를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마태복음 5:29
예수의 가르침은 여성이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든 무시하고 네 갈 길을 가라는 뜻이었다.
요한복음 제8장에서도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끌고 예수 앞에 나아가 처벌을 요구했다. 예수가 “너희들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하자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갔다. 예수와 여자 둘만 남자 예수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라고 한다.
*아래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리며 성폭행 피해자의 실화 이야기이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16년 6월 17일, 정치적으로 불안정해 치안이 위험해진 볼리비아에 선교 사업을 나간 두 자매들이 선교부 회장에게 다른 지역으로 보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그 회장은 계속 그 지역에서 봉사하라고 응답한다. 그 자매들은 당황스러웠지만 하나님에 의지하며 충실히 봉사하겠다고 명령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날 밤 6시경 두 선교사들은 교회 예배 참석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저활동 회원들의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한 회원 집 앞에서 어떤 남자가 자신도 교회 회원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매디슨은 우연히 이 남자를 만난 것이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복음을 나눌 수 있는 저활동 회원을 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했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선교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뭐 안 될 것까진 없겠지 싶었던 두 자매들은 순수히 그를 따라갔다. 매디슨은 집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가족도 안에 있냐고 물었다. 집 안에 다른 여성 없이 혼자 있는 남자와 만나는 것은 선교부 규칙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들은 집 안에 있다고 대답했다. 두 자매는 순수히 그를 믿고 따라 들어갔다. 그 남자는 차를 끓이러 주방에 갔다. 매디슨도 그 남자를 도우러 같이 주방에 갔다.
그러자 갑자기 남자가 차를 끓이는 매디슨 손등에 키스를 했다. 매디슨은 어리둥절 해졌는데 ‘에이 설마.. 손등에 키스하는 건 우정을 표현하는 걸 거야.'하고 넘겨짚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그리고 남자는 신이 나서 몰몬경을 꺼내며 “같이 경전을 공부합시다!” 외치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위험한 상황인 것을 눈치챈 두 선교사는 다른 회원과 약속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 된다고 둘러대고 빠져나오려 했다.
“차 마시고 가셔야지 자매님들!”
그 남자는 마치 차에 마약을 탄 것처럼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겁에 질린 두 자매는 문쪽으로 뒷걸음질했지만 그 남자는 재빨리 문을 잠갔다. 그리고 등 뒤에서 날카로운 두 개의 칼을 꺼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커튼 뒤에 가려있는 한 방의 침대를 칼로 가리켰다.
매디슨은 남자의 명령대로 한 발자국씩 그 방으로 향했다. 그는 얼굴에 칼을 갖다 대며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다. 무서워서 부츠와 양말을 하나씩 천천히 벗자 그 남자는 매디슨의 셔츠를 잡아 뜯어 버렸다.
“아저씨, 저희를 보내주시면 아무 말도 안 할게요! 제발 보내주세요!”
“닥쳐! 안 그러면 너희들은 죽어!”
그 남자는 매디슨 옆구리에 칼을 갖다 대며 윽박을 질렀다. 그리고 매디슨의 머리채를 잡아채 방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아주 더러운 침대에 눕혀 속옷을 강제로 벗겼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한 자매 ‘카밀’은 남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소리 질렀다. 남자가 방심한 틈을 타 매디슨은 전력을 향해 문으로 뛰어 자물쇠를 풀고 도망쳤다.
알몸으로 전력 질주하는 매디슨은 길거리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외쳤다. 그러나 한 겨울에 백인 여성이 혼자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것은 그 마을에서 매우 기괴한 상황이었다. 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했고, 길거리의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러던 중 천만다행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가 멈춰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매디슨은 너무 충격받은 상태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다행히 카밀이 매디슨을 찾아냈다. 그녀는 덜덜 떨고 있는 매디슨에게 잠바를 벗어 주었다. 카밀은 남자에게 칼로 공격당해 손에 상처가 났지만 다행히 피를 많이 흘리진 않았고, 무사히 도망친 그녀를 보며 겨우 안심했다.
경찰과 다른 선교사들이 도착해 자매 선교사들을 데리고 경찰서에 갔다. 다음날 아침 선교부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로 짐을 챙기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볼리비아 선교부 본부로 오라고 했다. 매디슨은 짐을 다 정리하고 선교부 본부로 날아갔다. 매디슨은 선교부에 며칠 동안 더 머무르다가 마침내 볼리비아를 떠났다.
매디슨은 귀국하고 나서도 여전히 교회를 다녔고, 그 해 여름 와드 감독님(몰몬교에서 목사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의 권유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심리 상담 센터에 가게 됐다.
그러나 상담사는 성폭행 트라우마에 관해 그녀가 아무 이상 없다고 진단을 내리고 매디슨을 내보냈다.
DSM-5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서 정의하는 트라우마들에 대해 상담사들은 특수 훈련을 받아야 하며 그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트라우마로 인한 강박증 훈련, 섭식장애,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의 특수 훈련들이 있다. 이 훈련 과정을 통과해야지만 자격증을 받게 되면 상담 치료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환자의 겉모습만 보고 트라우마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상담사로서의 자질을 따져 물어야 하는 것이다.
매디슨은 교회 덕분에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은혜로 여기지만 정작 몰몬교에서 운영하는 상담소는 여성들이 겪는 성적 트라우마를 종교적으로 해석해 그들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사가 없다.
몰몬교 여성들은 성전 엔다운멘트 (몰몬교에서 구원받으려면 받아야 되는 의식)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복종하겠다는 맹세를 해야 된다.
이 의식에서 집례자는 남성 회원들이 몰몬교에 맹세에 충실하면 사후에 신이 될 것이라고 주례하고 여성 회원들은 영원토록 남편에게 복종하는 아내가 될 것을 주례한다.
현재까지 몰몬교 제일 회장단과 12 사도 정원회에는 여성은 단 한 명도 임명된 적이 없다. ‘상호부조회‘라는 여성들을 위한 조직이 하나 있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진 않고, 재정적인 일과 조직에 대한 변경은 반드시 남성들이 운영하는 ‘제일회장단‘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상호부조회 회장단 회원들은 매년 제일 회장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하는 반면 제일회장단과 12 사도 정원회 회원들은 매년 몇십만 달러 보너스, 자가항공기,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원, 등등의 혜택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