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온 오토 웜비어 '선교사들'
몰몬 선교사들은 보통 미국에서 온 백인으로 종종 멕시코, 필리핀인들도 있다. 만 나이 17~20세로 갓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왔거나 대학교 1, 2학년 다니다가 중간에 휴학계 내놓고 온 어린 친구들이다.
하는 일은 영하 17도에 노방 뛰기, 설문 조사하기, 노숙자 음식 나눠주기, 김장 담그기, 연탄 나르기, 교회 청소하기, 센터에서 영어 가르치기, 언어 교환 앱에 숨어서 포교하기, 철판 깔고 문 두드리고 댕기면서 "Do you believe in Jesus Christ?"오글거리는 멘트 치기 등 온갖 잡다한 일을 한다.
내 돈 내고 와서 휴일도 없이 일해주는데 생활비도 선교사가 지불해야 되는 신박한 시스템이다. 최근 한국 물가를 적용한 교통비, 생활비,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3천만 원 이상 깨진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영주권이 없는 한국 남자 선교사는 군대 2년이 추가돼 총 4년의 공백이 생긴다.
그렇다면 3천만 원을 들인 2년간의 선교 활동은 이력서에 봉사 활동으로라도 기재할 수 있는가?
워킹 홀리데이처럼 내가 원하는 나라로 가서 여행이라도 많이 다니고 추억이라도 쌓을 수 있는가?
당연히 No다. 사이비 활동을 2년간 한 것이기 때문에 기재는 고사하고 오히려 감춰야 된다고 한다.
국가 배정도 교회 리더들이 하나님의 영빨을 받아 제비 뽑기처럼 배정해 주는데 원하는 국가에 배정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선교 나가기 전 교회에서 파는 핸드폰을 구매해 핸드폰 추적 프로그램을 깔아야 되는데 GPS 추적 등을 통해 정해진 지역을 벗어날 수 없으며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된다.
그 돈으로 차라리 한국 대학원을 갔거나 원어민 강사/인턴으로 왔으면 이력서에 뭐라도 남기던 생활비를 벌던 할 수 있었을 텐데 세상 물정 어두운 몰몬 친구들은 무보수로 일하는 걸 마냥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S사 외국인 학생 인턴의 경우 신입과 거의 비슷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고, 월차 사용 자유, 주 52시간만 채우면 하루 4시간 근무하고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한국 대학원을 졸업한 미국인 동료는 졸업 후 바로 한국 직장에 취직 됐는데 2년간 한국인들과 토론하며 논문을 써서 업무에 관해 토론하면 한국인들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잘했다.
그러나 종교에 관해 얘기하면 당연히 한 마디도 못했는데 ‘업무 관련 언어’를 2년간 쌓는 것과 ‘종교 관련 언어’를 2년간 쌓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몰몬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은 ‘종교 관련 언어’를 잘 유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월급 전도사가 아니기 때문에 선교가 끝나면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데 ‘종교 용어’를 2년간 학습한 것이 업무/전공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노동력 착취의 최고봉인 신천지도 한국으로 오는 전도사들은 어학원이나 영어 유치원에 일자리는 꽂아주고 전도하게 하는데 어린 학생들 돈 쥐어짜는 건 몰몬이 더 악랄하다.
교회는 이 어리버리한 친구들을 이용해 ‘열심히 자비로 봉사하는 훌륭한 선교사님들’이라고 홍보하지만 외부인이 보기엔 그저 ‘북한에 끌려온 오토 웜비어’로 보였다.
사회생활도 안 해본 갓 고등학교 졸업한 어린 친구들이 타국으로 와서 폐쇄적인 종교 생활을 하니 더더욱 이질감이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이나 뉴스, 인터넷 문화 등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백지장처럼 하얬는데 세상과 20년 이상 담을 쌓고 산 그들과의 대화는 마치 북한에서 바로 탈주한 새터민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선교사라고 하기엔 아직 자아 정체성도 확립이 안돼 본인들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했고, 교회의 문제나 성경에 관해 질문하면 피하기 급급했다. 몇 년간 훈련받은 직업 전도사들처럼 전도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그들을 타국으로 선교 보내는 이유는 2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청년들을 내세운 감성 마케팅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하면서 세상에 눈뜨기 시작해 몰몬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
선교사들 치곤 굉장히 위축돼 있었는데 '혹시 우릴 사이비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조마조마 눈치를 보곤 했다. 되지도 않는 자신감을 보이며 "이 우매한 개독교인들아 나는 성경의 진실을 알고 있다. 놀라운 진실을 깨우친 내가 친히 가르쳐주마."와 같은 태도로 다가온 신천지 외국인 전도사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를 담당하는 선교사는 안젤리나 졸리를 닮은 H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닮은 F였다. 선교사로 안 왔으면 할리우드에 가있었을 법한 예쁜 그녀들을 보러 오는 남학생들이 많았다. 그녀들 구역 소속이 아닌데도 일부러 이 경기도 촌구석까지 찾아오는 몰몬 아저씨들도 있었고, 그녀들에게 추근덕 거리는 남자 선교사들도 있었다.
(신천지에 입교하는 남자 성도들은 대부분 예쁜 신천지 추수꾼에 낚여서 들어서 간다. 몰몬 역시 똑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이제부터 그녀들을 안젤리나와 아만다라고 부르겠다. 심리학과를 전공한 안젤리나는 지적이고 우아했다. 부모님이 나름 배우신 분들 이어서 이 친구와 가족들 모두 괜찮은 학력과 전공을 가지고 있었다. 취집을 꿈꾸는 다른 몰몬 여자 아이들과 다르게 커리어에 대한 야망도 있고 세계정세도 잘 알고 있어 그녀와 죽이 잘 맞았다.
인지 심리학자를 꿈꾸는 그녀와 어느 날은 심리학에 관해 얘기 했다. 인지 심리학은 통계, 의학, 뇌 과학 등 현실적인 것들을 바탕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네가 현재 공부하는 '신학'과는 상충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를 하기로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머뭇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이어서 군중 심리와 몰몬에서 요구하는 성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군중 심리 기술을 쓰는데 목사가 오렌지를 파란색이라고 하면 신도들은 "아멘"이라고 외치며 그대로 오렌지를 파란색으로 믿는다고 넌지시 던졌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서 여자는 신권도 못받고 바지도 못 입고 남자 장로들을 보조하는 역할인데 이것이 21세기의 여성상이 맞냐고 물었다.
옆에서 아만다가 멍 때리는 동안 똑똑한 안젤리나는 깊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다음 주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는데 인사도 못나누고 헤어졌다. 그나마 몰몬 세뇌 교실에 나간 이유는 그녀랑 얘기하는 재미로 나간 건데 안젤리나가 없어지니 흥미가 뚝 떨어졌다.
안젤리나 보다 1살 어린 아만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꿈이 없었다. 현실 도피할 겸 전도 여행 같은 걸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선교 와서 보니 현실은 시궁창이라 멘붕인 그녀였다. 어리버리해서 선교 부장 아줌마한테 구박을 많이 받았다.
자존감 바닥인 아만다에게 칭찬해 줄 때마다 그녀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했다. "너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겠다." 하니 그녀는 자신이 AWKARD 했고 캐셔로 알바하면서 우울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아만다는 서울이 아닌 곳으로 배치된 것도 짜증 났지만 교회나 교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답하기 귀찮아하고 짜증나 했다. 그래서 자꾸 선교 부장 아주머니를 끌어 들어 그 아주머니에게 떠넘겼다.
안젤리나가 가고 나서 그녀의 새로운 짝꿍인 필리핀 선교사 M이 왔는데 M 역시 대충 한국에서 취직/취집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그러나 실상을 보니 현타가 와서 둘 다 선교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어 했다.
안젤리나와 다르게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도 넉넉지 않아 항상 다이소만 들리는 궁핍한 그녀들이었다.
그녀들이 동네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수근덕 거리며 쳐다보곤 했는데 외국인이 신기해서 쳐다보는 게 아니라 요즘 같이 신천지, JMS 등 사이비로 민감한 때에 사이비 명찰을 걸고 돌아다니니 '뭐야 쟤넨'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남자 선교사들이 양복을 쫙 빼입고 거드름이나 피울 때, 할리우드급 미모의 여자 선교사들은 부엌데기 같은 옷을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거나 허드렛일이나 했고, 같잖은 교회 리더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주눅 들어있었다.
"너네 남한이 아니라 북한에 온 거 아냐? 집에 CCTV라도 달았어? 넷플릭스 보고, 서울 여행도 하고, 한국 남사친들도 만나서 놀면 안 돼? 이건 완전히 미친 짓이야."
“알아 우리도 (이게 그지 같은 거). 돌아가면 넷플릭스도 보고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할 거야.(시무룩)"
그녀들은 항상 가짜 미소를 지으며 "We are so happy."라고 말했지만 그녀들의 눈은 "We are fxxking unhappy."를 말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들은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로 하루가 다르게 폭삭 삭아갔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와 몰몬은 너무 깨끗하고 참된 종교인 것 같아. 나도 몰몬에 들어가고 싶다.'가 아니라
몰몬에 들어가면 X 되겠다.
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경기 수도권인데도 왜 와드에 청년 여자가 1도 없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여자 선교사들이 직접적으로 나를 상대했다면 다른 나머지 남자 선교사 2명은 성경과 관계없이 가볍게 잡담을 한다던가 옆에서 대화를 엿들으며 교회로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 (신천지로 치면 심령 잎사귀 역할)
얘기하고 있으면 슬쩍 뒤에 앉는다던가 할 일이 있는 척 주변을 맴돌곤 했는데 신천지 추수꾼들 같은 능청스러운 연기력은 없어 다 티가 났다.
이들은 조직에 매우 충성적이고, 여자 선교사들처럼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면도 없었다. 여자 맹도들을 빼낼 수 있는 확률이 한 10%로 라고 한다면 남자 맹도들은 -20002% 였다.
교회의 문제점을 툭툭 던질 때마다 그들은 더욱더 아집으로 똘똘 뭉쳐 경계하고 대적자 취급을 했다.
네 선교사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K는 교회 규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며 선교사가 아니었으면 군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입이 무겁고 각이 잡혀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의젓하고 리더십이 뛰어났는데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상이었다.
한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전도 대상자들과 팀으로 같이 동화 이야기를 만들라는 오글거리는 미션이 내려왔다. 너무 오글거려서 다들 꽁무니 빼고 있는데 K가 땅바닥 가운데에 앉아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역할을 착착 분배해주고 주도적으로 팀을 끌고 나갔다.
그리고 내가 대적 활동을 할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흔들리거나 분에 못 이기거나 했는데 이 친구는 뒤로 빠져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침묵 했다. 비록 사이비 신도일지언정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는 훌륭한 인재였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교인들이나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총애를 받았는데 저 친구는 내 편으로 만드려고 각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도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나서 사라졌는데 알짜베기 선교사 안젤리나에 이어 K 마저 가고 나니 조사의 흥미를 잃으며 언제 튈지 각도기를 쟀다.
K가 가고 나니 유타에서 온 중년 아저씨 포스를 풍기는 꼬장꼬장한 선교사 O가 나를 상대했는데 그는 신천지의 카이스트, 서울대 맹도들은 명함도 못 내밀 미국 상위 명문 대학 재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갓 고등학교 졸업한 코흘리개들이나 BYU 재학생 맹도들보다도 더욱 단단한 콘크리트 맹도였는데 그와의 대화는 신천지인들을 연상케 했다.
한 번은 그에게 "네가 차라리 인턴으로 왔으면 경력이라도 쌓고 시급이라도 받았을 텐데 이게 정말 네 행복을 위한 일일까?"라고 물으니 그는 분노에 차
We ArE aDULtS
를 시전 했다. 기껏해야 만 나이 20살인 그에게서 90살 먹은 노인이 빙의돼 보였다.
성인이어도 많은 교회의 신도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착취당한다 맞받아 치니 그는 적의로 가득 차 이를 악물고 노려봤다.
최근엔 그가 내가 자주 다니는 집 앞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척 인사하며 뭐 하고 지내는지 슬쩍 떠보며 내가 인터넷에서 대적 활동 하는 걸 알고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응 근데 어쩔 tv? 너네 교회 역사 다 읽어보니 너무나 뒤틀렸고 몰몬경은 인종차별, 성차별로 가득 찬 구절 밖에 없어서 나는 몰몬이랑 조셉 스미스를 지지할 수 없다 얘기하니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가 혹시 언젠가 생각이 바뀌면 그 때 다시 찾아오라고 했더니 젊꼰 O는 모든 교회가 완벽한 건 아니라면서 등을 홱 돌려 씩씩 거리며 갔다.
(네 멋대로 찾아와놓고 씩씩 거리면서 가는건 뭐니?)
그 친구를 보며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에는 IQ보단 가정 환경이 더 많이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편에선 선택의 여지 없이 사이비로 태어난 몰몬 n세와 가정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