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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Mar 20. 2023

몰몬 잠입 수사 1탄

200년 된 미국산 사이비가 한국에 오면

한국에 신천지가 있다면 미국에는 몰몬이 있다. 광우병 같은 미국산 사이비를 한국에 수입하면 어떻게 될까?

국산 사이비 믿는 외국인들 조사에 이어 이번엔 외국산 사이비를 믿는 한국인들을 조사하려고 잠입했다.






모나미룩 선교사 P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


예전에 신천지 전도사 P가 정체를 숨기던 당시 몰몬 선교사로 의심하고 있었다. 북미에서 온 모나미룩 양복 차림 백인이 종교 때문에 일부러 신촌으로 이사 왔다길래 (몰몬 한국 본부는 신촌에 있다) 분명 몰몬 종파 아니면 마약 카르텔을 위장한 수리남의 전요한 같은 선교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왼 신천지, 오 몰몬

교회를 끝까지 숨기길래 직접 가서 확인하려고 몰래 신촌에 있는 몰몬 영어 회화 센터에 등록했다. 한 미국 장로 남자애가 카톡으로 센터 위치를 알려줬고 약속 시간을 잡았으나 당시 P가 내 인간관계와 스케줄들을 모두 통제하던 때라 만남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래서 약속을 펑크 냈는데 그 장로가 왜 안 오냐며 버럭버럭 화를 냈다. 읽씹 하니 카톡 씹지 말라고 네가 어디 안 오고 베기냐는 오기를 부렸는데 선교사라는 자의 멘탈이 P 못지않게 괴팍한 걸 보며 P는 분명 몰몬인 일 것이라 생각했다.


집에 와서 몰몬이 어떤 종교인지 뒤적뒤적 찾아보니 국내에선 워낙 잘 안 알려진 종교라 정보가 없어 찾다 포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P의 교회 정체가 드러났는데 그제야 그가 신천지 전도사였다는 걸 알았다.


곧 하늘나라로 갈 것 같은 90살 할아범을 메시아로 믿고 한국까지 온 그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조사하다 보니 역으로 해외 사이비를 맹신하는 한국인 신도들은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했다. 분명 여호와의 증인, 통일교, 안식교과 함께 세계 4대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세 사이비와 달리 몰몬 관련 자료는 국내에서 멸종 상태다.

교회 역사나 교리 반증 자료는 드문드문 있는데 한국인 탈퇴자 수기나 모임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아주 아주 오랜만에 다시 그들에게 다시 연락했다.

쾅쾅 안에 계쎄여? 제가 다시 왔어요






첫 만남 영어 교실 English Connected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선교사가 연락해서 만남을 이어갔다. 3년간 집단으로 사기극을 벌인 신천지와 달리 첫 만남부터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회라고 대놓고 얘기했고, OO 자매/OO 장로 명찰을 걸고 있어서 구라 천지만큼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신천지 외국인들은 본인 이름과 직업도 속인다.)


학원처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서 편하게 얘기하고 미국 문화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면 첫 한 달 정도는 나쁘진 않았다. 수업 종료 마지막 10분은 몰몬에 대해서 소개하거나 몰몬경을 읽고 종교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성경 스터디도 같이 하자고 제안했는데 성경책 영문 버전이 아닌 몰몬경에 적힌 고어로 스터디하는 거라 고어까지 배우기는 머리가 아파 거절했다.


뒤로 갈수록 점점 한국인 학생들은 잠수를 타고 사라졌는데 몰몬인 줄 모르고 소모임이나 밋업같은 곳인 줄 알고 왔다가 잠수 탄 케이스도 있고, 점점 종교 색채를 드러내자 잠수를 타기도 했다.

2~3주 정도 지나면 일상 회화 보단 종교 토론을 더 많이 하는데 종교 용어를 배우는 게 실생활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는 스스로의 판단이다.


몰몬 영어 교실 다닌 사람 후기 :






정적이 감도는 초라한 와드/센터


가끔씩 와드(지교회 같은 곳)로 한 달에 한두 번씩 초대했는데 거기서 한국 교인들을 더 만나게 되었다.

서울은 아니지만 경기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교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순수 한국인 교인수(교포 제외)는 그리 많지 않았고, 청년이 전멸한 상태였다. 한국 교인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비율은 선교사 반, 한국 교인 반 정도 였는데 지방의 작은 와드들의 경우 한국 교인이 없어 선교사들로만 이뤄진 곳들도 있다고 한다.


주로 동네 센터에서 그들을 만났는데 규모가 아주 작았다. 커피, 녹차, 홍차가 없고 둥글레차만 구비되어 있었다.

몰몬인 부모님 따라 억지로 온 몇 명 안 되는 10대 친구들과 중장년들만 있었는데 중장년들을 위한 사교 모임 같았다. 다 나이 든 가족 회원들이다 보니 ‘올 테면 오고 말 테면 마라’는 식이었는데 꿔다 놓은 보리 자루 취급해서 3달 내내 주로 선교사들하고만 이야기했다.


그 와드는 이런 나팔 부는 동상이 없었는데 겉으로 보면 전혀 몰몬처럼 안 보이고 평범한 장로교 교회처럼 보였다.

몰몬 교회의 상징 천사 모로나이

그러나 교회를 화려하게 재단장하는 개신교 교회들과 달리 건물이 오래되고 사람도 별로 없었고, 위치까지 낙후돼서 쓸쓸히 버려진 폐허 같았다.


한 번은 화장실 간다고 둘러대고 슬쩍 빠져나와서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훑었다.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고, 화장실에 수영장처럼 생긴 침례실이 있는 게 독특했던 걸로 기억한다.

침례실

그리고 지난 선교사들 사진이 있었는데 여자들이 FLDS처럼 60-70년대에 나올법한 이런 원피스와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몰몬(LDS)이랑 FLDS랑 뭐가 다른지 싶었다.

FLDS 복장과 헤어






K-꼰대 한국 리더들


선교사들 중엔 K-팝, K-드라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즘 어떤 노래 드라마 보냐니까 찬송가 말곤 못 듣고 넷플릭스 유튜브 시청도 금지란다.

띠용? K팝이 뭐 나쁜 거냐 BTS만 해도 백악관 가서 아시안 인권을 위해서 연설했고 K팝 가사에 self-empowerment에 관한 내용들도 많다 하니 자기네도 듣고 싶지만 왠 50대 한국인 아재 리더가 금지시켜서 못한다고 한다.


이 친구들은 간절히 서울로 가서 드라마에 나오는 관광 명소들도 가고 K-뷰티도 체험하고 또래 한국인 이성 여사친/남사친들도 만나고 싶어 했지만 그 꼰대 아재가 모두 금지시켰다.

어처구니가 없어 너네가 K팝 K드라마 최신 한국 트렌드도 모르는데 여기 있는 10대 친구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떻게 한국인을 전도를 하겠냐 물어보니 울상을 하고 있었다.  


종교 수장이라는 그 아재는 이 백인을 위한 종교에서 과연 동양인 인권 향상을 위해 BTS보다 어떤 노력을 했길래 K팝 듣는 것도 금지시키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시안 혐오 범죄 반대 연설을 하는 BTS

그러고 나서 선교사들과 만난 지 한 달쯤 되니 어느 날 갑자기 부녀 회장(?) 선교부장(?)이라는 아주머니들이 들이닥쳐 면접 같은 걸 봤는데 나이, 직업, 결혼 상태 등을 캐묻고 옆에서 선교사들과 영어로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지켜봤다.


몇 번 더 만나니 자연스럽게 잡일을 시켰는데 아직 침례도 안 받았은 상태에서 이미 교인이 된 것처럼 부려먹으려 해서 황당했다. 그 외로 통역은 할 수 있는지 어떤 능력이 더 있는지 이것저것 떠봤는데 회사에 취직하러 온 건지 교회를 온 건지 헷갈렸다.

저 몰몬교에 취직하러 온건가요..?

그러면서 요청하지도 않은 내 진로 상담을 하며 BYU(브리검영 대학교)에 갈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좋은데면 아주머니 아들부터 보내지 왜 아들은 호주로 유학보냈나요..?)


IT 전공자가 유타주 깡촌으로 가는 게 메리트가 있어 보이진 않아 IT 현업자로 일하고 있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BYU가 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에게 설명하니 그런 대학교 이름은 처음 듣는단다.

미국 내 IT 직군에서의 BYU 인지도는 한국의 선명대(통일교 재단), 대진대(대순 진리회 재단) 정도인데 BYU를 가는 득과 실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다룰 예정이다.






진심이었던 사람이 적기에 분노하는 탈퇴자도 적은 한국 몰몬


예전 한국 교인 수는 8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7만 명이 빠져나가 1만 명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천지와 달리 몰몬은 국내 탈퇴자 모임이 없고, 탈퇴 수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2015년도 까진 안티 몰몬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서너 명 있었는데 그 이후론 전멸했다.

반면 미국은 26만 명의 탈퇴자가 활발하게 안티 활동을 하고 있고 탈퇴자 오프라인 모임도 있다.


한국에서 분노하는 탈퇴자가 적은 이유는 애초에 몰몬을 진심으로 믿고 헌신하는 한국인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아주 극소수의 신천지 광신도 같은 한국인이 몇 있긴 하지만 K-사이비에 빠져 완전히 미쳐버린 외국인 신도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자녀 BYU 진학 혜택 때문에 나오며 그 외는 사업/영업하러 나오는 사람들, 미국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 사교 모임하러 나오는 중장년들, 예쁜 선교사 보러 오는 여미새 등이다.


한국의 몰몬을 요약하자면 종교로 포장한 미국 진출 전문 유학원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미국 땅을 밟는 것과 미국 주류 안에서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몰몬이라는 종교를 이용해 유타주로 편입됐을 시의 삶의 퀄리티, 학업/직업적 업그레이드 여부, 동양인이 겪게 될 인종차별 등 또 다른 차원의 문제들이 동반된다.


유타로 이주한 자메이카 몰몬인이 말하는 인종차별 :


신천지에 가입한 10만명의 외국인 신도들 역시 K팝/드라마만 보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가입하는데 막상 한국에 온 P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콜롬비안 탈퇴자 역시 한국에 왔다가 현실을 보고나니 충격 받아 바로 빤스런 했다. 그것은 몰몬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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