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한반도의 민족정신을 담은 문제의식, 기개 가득한 상상력, 기백 넘치는 문장
이 책은 회사 옆팀 팀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추천을 받은 책이다.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93년인데, 출간하자마자 무려 600만 권이 팔리면서 김진명 작가를 일약 스타작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600만 권이나 팔린 만큼, 실제로 사무실에 있는 50대 선배들 거의 모두가 이 작품을 읽어보았다고 대답했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인지 대학생 때인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소재로 쓰인 『살수』를 읽은 게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작품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배경으로, ‘한반도에서 남북합작 핵개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여러 등장인물들과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맺고 끊기면서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시원하고 밀도 있는 전개 방식을 유지하면서 서사를 진행시킨다. 일단 작가가 가진 특유의 체력이랄까, 작품세계를 창조하고 구성하여 운용하는 그 능력 범위가 굉장하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맡은 바를 착실히 수행해 내는 것은 둘째 치고, 국가조직과 세계정세와 국제관계와 역사문제라는 무겁고 거대한 담론을 자신 있고 힘차게 사용하는 그 힘이 정말 놀랍다. 읽는 내내 힘 있고 또랑또랑한 문체와 명확한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히 작품 기저를 이루고 있는 특유의 기백이 느껴져서 참 신선하고 좋았다. 요즘 한국 문학은 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세계를 세심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또는 지나치게 서정적이고 감각적이거나, 혹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는 포스트모던함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서 손이 잘 안 가는데, 이 작품은 다르다. 정치와 사회와 역사를 망설임 없이 동원하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가 명확하고, 책을 다 읽은 독자의 마음속에 남게 되는 것 또한 아주 명백하다. 오직 힘의 논리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위를 지키는 방법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의존하거나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 민족의 얼과 정신을 잊지 않고 남북이 다시 하나 되어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간이 갈수록 잊혀만 가는 그 염원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을 기둥 삼아 이 작품은 우뚝 솟아오른다.
정말 어디 하나 빠진 것 없는, 육각형을 꽉 채운 작품이다. 600만 부나 팔린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