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으로 시작한 이타심
관심분야 중 하나인 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이란 단어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란 뜻이다.
사실 난 유관한 업무에선 자기효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나서기보단 숨는 버릇이 있다. 사실 하려면 할 수야 있다만, 실패했을 때 주변 사람에게 받을 질타가 무서웠다.
남 인생을 모르는 사람은 함부로 떠든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벌써 걱정하냐?"
그거야 자기 인생이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이 또한 내가 싫어하는 감성 에세이와 연계되는 말이다. 남 인생을 향해 무한한 긍정을 주는 멘트들이 정말 위험하다. 취지는 좋은 뜻일지라도, 그런 말을 던질 땐 책임감이 필요 없다.
본인이 던진 말이 어떠한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더욱.
아무튼 내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부적응적 성공주의자이기 때문도 있고, 그동안 내가 겪었던 상황이 항상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일할 때, 칭찬을 받은 적은 없고 혼나기만 한다. 혹자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다'라고 생각할 테지만, 직접 겪어보니 절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감소시켰다. 자존감 또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검사실이 무서워 병동으로 도망쳤다. 병동에선 내게 들려오는 잡음이 아무것도 없다. 모든 상황을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한다. 내 마음대로 환자, 간병인, 여러 직원들과 상호작용하는 게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업무에 초점을 맞춰 시간 내 끝내기 위해 대부분 사람이 일만 한다. 하지만, 난 시간이 초과되어도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환자와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힐링 되는 느낌을. 그렇게 자기효능감을 채울 수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과 칭찬을 바라고 행동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행동이 내 업무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줄 수 있기에 하는 것이다. 하나 결과가 좋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이기적 행동일지라도, 남들에게 좋게 보이면 이타적 행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