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쓰기
묵힌 감정엔 곰팡이가 핀다.
나는 감정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일기를 쓴다.
타이핑으로 쓰는 일기도 나쁘지 않지만, 수정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솔직해지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종이 노트를 쓴다.
내 취향에 꼭 맞는 노트 한 권을 골라, 그 안에 내 솔직한 감정을 글로 쏟아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완벽한 나의 공간.
애써 말을 고르거나 꾸밀 필요도 없는 완전한 나만의 공간.
하지만 반드시 지키는 규칙이 하나 있다.
내가 화가 난다고 해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처 주는 말은 가능한 쓰지 않는다.
나중에 내가 다시 그 글을 읽었을 때, 그 말들이 독이 되지 않도록.
감정은 쏟되, 그 감정이 '해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무아지경으로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한 단어가 한 페이지가 되는 데까지 3분도 걸리지 않는다.
빠르게 쏟아내고 원하는 만큼 쏟아낸다.
그 뒤에 다시 읽어보면 나도 모르게 쓴 나의 표현들에서 내가 정말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 일기 맨 아래에 태그처럼 나열해 둔다.
#서러움 #화남 #억울 #외로움 같은 식으로 그 감정을 인식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한결 후련해진다.
이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불만이 많은 사람', '뒷담화하는 사람'이라는 오해-정말 오해다. 하지만 나의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슬프게도 사실이니까-를 받지 않게 되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오해가 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상처가 된다.
나는 그걸 몸으로 배웠다.
나의 일기 쓰기는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서 건강하게 마음을 풀어내는 것.
억지로 납득하려 들지 않는다.
빨간색은 레드, 복숭아는 피치.
있는 그대로 기억해 두되,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게 내가 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