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 시 님 말이 맞음

[7대 죄악] 오만함

by 니나
오만 (Pride)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지나친 자부심.
“내가 맞고, 네가 틀려.” 말은 안 해도 눈빛에서 느껴지는 우월감.
실수해도 사과가 어렵고, 인정받지 않으면 화가 난다.


오만이란, 언뜻 보면 우월주의에 젖은 사람에게나 있을 법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조용히 깃드는 감정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다가, 쌀떡과 밀떡 중 뭐가 더 맛있는지를 두고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무조건 밀떡이 맛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도 퍼지지 않고, 양념이 착 감기며 쫀득한 식감도 매력이 넘치니까.

그런데 다른 두 친구는 쌀떡을 좋아한다-완전 충격적-고 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느니, 밀떡은 가공된 맛이라느니 하면서 쌀떡 만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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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의 상황. 질 수 없지!

나는 자연스럽게 내 논리를 좀 더 강조했다.

‘내가 맞는데’라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다. 점점 더 설명을 덧붙이며 진지해졌고, 친구들도 진지하게 받아쳤다.

이러다 싸우겠다 싶을 쯤, 장난스레 넘기는 분위기가 되어 다행히 좋게 넘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 떡볶이 떡 그거 뭐라고.

결국 그건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자존심에, 다수의 의견에 밀리지 않으려고, 내 입장을 굽히기 싫어서 했던 행동이었다. 단순한 입맛의 차이를 ‘정답’과 ‘오답’의 문제처럼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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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

관계를 잃을 만큼 거칠진 않았지만, 내 안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대화 속에서조차, ‘내가 맞다’는 확신이 얼마나 쉽게 감정을 휘어지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오만을 다스리는 건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지.” 이 말 한마디를 떠올리는 것.

내 기준의 옳음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감각과 생각이 나와 다를 뿐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연습.


여전히 떡볶이는 밀떡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쌀떡이 좋다는 말에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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