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무아 - 1
어제는 아버지의 기일이었어.
모녀 셋이 모여서 같이 밥을 먹었지.
추도예배 전에 말이야.
엄마가 그러더라.
미술심리 수업을 들으러 가서 나무를 그리고 이름을 짓는 수업이 있었는데
엄마는 크고 튼튼한 나무에 햇볕이 내리쬐는 따뜻한 그림을 그렸다고 해.
이름은 설레임.
그러고 앞에서 발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너무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그래도 웃어야지, 그래도 살아야지, 하며 울고 웃더라는 거야.
엄마는 스스로가 너무 푼수처럼 느껴졌대.
나도 물론 힘들지만,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 보기에 철없어 보일까 걱정이 됐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언니가 나는 진짜로 푼수야,라고 하면서 그걸 무기로 삼기로 했대.
적당히 바보인 척 어리벙벙하게 있으면 옆에서 알아서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다며 웃었어.
나는 말했지.
엄마도 언니도 전혀 푼수가 아니라고.
(우리 집이 대체로 다 그런 것 같은데,) 그저 불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뿐이라고.
힘들어도 웃고, 농담을 하면서, 그 힘듦을 같이 이겨가는 우리라서, 힘든 게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이야.
돌아보면 다 추억이지 않냐고 하면서 다 같이 깔깔 웃었어.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끼리 말씀을 나눴어.
시편 23편을 읽었는데 그중 4절이 와닿더라.
시편 23: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정말 우리 집에 딱 맞는 구절이 아닐 수 없었지.
우리는 하나님 안에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푼수가 아니라 비빌 언덕이 있는 사람들일 뿐이야.
그래서 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워.
누군가에게는 꽃밭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면 안 돼?
우린 하나님의 꽃밭에서 행복하게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