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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스마미 김여사 Dec 25. 2018

힘들다는 말은 아주 가끔

그냥 내가 바뀌면 될 것을..

 힘든 상황을 혼자 안고 가다 그것을 버티지 못해 결국에 쓰러지기보다 힘들다면 주변에 힘들다고 말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의 업무량이 과하게 많을 경우 힘들다고 종종 이야기 했었는데  그때 주변의 반응은 대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내가 힘들어 하는 상황을 공감해서 도와주거나, 아님 무시하거나. 나는 정말 힘들 때 막연하게 힘들다는 말을 하기보다 주변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청했는데, 구체적인 도움 요청이 어느 정도 먹혔고, 감사하게도 내게는 무시했던 사람보다 나를 도와주고자 했던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 때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거나, 주눅이 들게 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때 그냥 혼자 해결하려 노력한다.


 내 친한 친구 중 한명은 최근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었다. 그 친구와 대화의 80%는 대부분 힘든 상황에 대한 토로인데 그것을 잘 받아주고 잘 들어주는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점점 버겁게 느껴졌다. 사실 나도 너만큼 힘든 일을 이미 겪었고, 어찌 보면 더한 일을 겪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는다.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있다 보면, 가끔은 ‘내가 보기엔 너가 이상한 거 같은데.’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그냥 듣고 ‘힘들었겠다.’라고 한마디 던지는 것이 다다. 친한 친구라 좋은 일 슬픈 일 모두 나눌 수 있음 더욱 좋겠지만 내 일도 버거울 때 친구가 버거운 말을 꺼내면 난 더 버거워졌고, 상대적으로 친구의 감정에 공감할 수 도 없어졌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사실 난 너보다 내가 더 아픈거 같다.’ 모든 상처와 아픔은 주관적이라 나의 것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힘든 일을 주변에 잘 이야기 하지 않게 되었다.


 괜히 힘들다고 주변에 말해봤자 가끔은 그것이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공감과 위로를 원했지만 예상이 항상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오히려 그것이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되어버릴 수 도 있다. 마치 따뜻한 정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을 긋게 되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들이게 배신을 당하고, 또 그것으로 더 힘들어 한다.


 힘들다는 말을 해도 좋지만 그것이 잦아질 경우 말의 호소력이 없어진다. 주변에서는 그냥 ‘쟤 또 힘들대.’라며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도 커진다. 누구나 나의 상황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만큼 아픔을 공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내가 힘든 짐을 억지로 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상처야 말로 어찌 보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병일 수도 있다. 가만히 혼자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바르고 스스로 치유할 시간을 준다면 작은 상처정도는 굳이 떠벌리지 않아도 어느새 자연히 치유가 되어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가끔 혼자 울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고, 마음의 부담을 주기 싫을 때 그냥 혼자 울다보면 어느새 조금은 나아진다. 몇 번을 울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냥 또 자연스레 마음 한 구석으로 미뤄둘 수 있다. 모든 마음의 짐과 상처를 혼자 해결하는 것은 자칫하면 병이 될 수 도 있지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스스로 감당해본다. 도움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을 노력해보고도 잘 되지 않을 때 그때 청해도 된다. 이미 상대방 또한 자신의 마음의 상처와 짐을 치유하기 위해 내가 모르는 곳에서 혼자 전쟁을 치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다. 내가 보는 남들은 모두 행복해보일지라도 사실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없다. 앞에서 말한 내 친구가 보기에 나는 행복한 여자이고, 자기 말에 공감을 잘 해주는 좋은 친구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는 가끔 힘들어 지치고, 울기도 하고, 친구가 힘든 일을 쏟아낼 때 잠시 딴생각을 하며 ‘응’이라는 추임새만 기계적으로 넣고 있는 것을 그 친구는 모를 것이다.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틴다. 혼자 버티고 견뎌보기라도 한다. 그래도 힘들면 그때 도움을 구체적으로 청한다. 그땐 누군가가 반드시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3살짜리 아들도 내가 아프다고 하면 ‘호~’하고 나를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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