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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스마미 김여사 Dec 30. 2018

안정적인 것이 곧 행복일까?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잘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자기소개를 할 일이 있으면 대충 회사원이라고 얼버무려버렸다. 회사원이라고 대충 얼버무리면 그 중에는 어떤 회사에 다니느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복지관련 일을 한다며 또 얼버무렸다. 그러면 대부분 ‘네.’하고 마무리가 지어진다. 어쩌다 정확한 직업명을 대야 할 일이 있어 공무원이라고 대답을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좋겠다.’라며 부담스럽게 나의 직업을 부러워하거나 “주변에 누구도 공무원인데 일 안하고 맨날 노는 것 같더라.”라고 말한다. 대놓고 기분 나쁜 라는 소린지 나도 그렇지 않냐는 소린지. 이런 말을 숱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싫어 나는 내 직업을 잘 말하지 않는다.


 물론 내 직업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인생에서 최고로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혼자 밥도 숱하게 먹으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하며 노력했고 그해 나는 합격 했다. 


 그런데 요즘 나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합격을 한 그 순간부터 아무런 발전이 없는 것 같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사람으로서의 성장이 그 순간부터 멈춰버린 것 같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보다는 같은 1년을 10번 되풀이 한 삶을 살았을 뿐이다. 단지 피부에 탄력만 잃어갈 뿐.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주워진 환경에 순응하며 생각 없이 산 느낌이다. 뭔가 열심히 산거는 같은데 진정 열심히 산 게 맞는지 의심이 되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마 둘째 출산을 하지 않았고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삶에 브레이크를 걸지도 못했을 것이고 지금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사는지 모르면서 열심히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보내며 일을 하고, 한 달이 지나면 월급 받고, 쪼개서 모으고, 가끔 여행가고, 이렇게 살다 보면 60살에는 연금 받으며 생활하는 거. 맞다. 연금이 내가 열심히 일하고 사는 목표였던 걸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후에 단지 업무 필요에 의해 해마다 바뀌는 법령정도의 공부만 했었지 제대로 된 영어공부도, 어떠한 자격증 공부도, 기타 소양 공부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 달에 책 한권도 제대로 읽지 않으며 살았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있기 때문에 노력했다면 더 많은 도전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안정적인 직업의 늪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가라앉고 있음에도 가라앉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마치 죽어간 느낌이다.


 늪에 빠진 생활은 다행히 둘째를 낳기 위해 휴직을 하면서부터 정리할 수 있었다. 두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키워야하는데 기존에 내가 살아왔던 방식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터였다. 직업의 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출근해 일하다보면 한 달이 훌쩍 흘러 그 동안의 노동을 월급이라는 얄팍한 보상으로 기뻐하기 보다는 정말 내가 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휴직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도대체 언제 복직 할꺼냐는 주변사람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아이들 어릴 때 한 푼이라도 벌어 저축을 해야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태평하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걱정들이 주위에서 들려온다.


  돌아갈 곳이 있어 이렇게 꿈을 이루겠다며 복직을 미루고 태평인지도 모르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 더 절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내 친구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철밥통’을 발로 차버린 뒤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우고는 결국 꿈을 이루었다. ‘나도 진정 꿈을 이루기 위해서 퇴사를 해야만 하나?’, ‘벼랑 끝에 몰려야 뭔가를 진득이 하려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도 있지만 휴직을 늘리는 것으로 퇴사를 대신하기로 한다. 그래도 혹시나...아이들은 키워야하니까(이럴 땐 아직 나는 멀었나 싶기도 하다.)


 절박함. 때로는 이 부정적일 것만 같은 감정이 누구에게는 최고의 동기부여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방어막이 되어주는 나의 직업은 이 최고의 동기부여의 감정을 무력화 시킬 때도 많다. 결국 난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꿈을 이루겠다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참 많이 부족하고, 어렵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너무 더디어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에 일이라도 하면 월급이라도 들어오지 이건 돈도 안 되는 에너지 낭비인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복직을 해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열정을 쏟아야 될법한데 ‘해보고 안 되면 그만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꾸물꾸물 솟아오를 때면 이건 뭐 도전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꿈을 이루기 위한 결정이 이리도 쉽게 흔들리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정말 머리를 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만약 돌아갈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면 꿈을 이루고 싶다면서 이리도 안일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이 있어 누구보다 나약하다. 안정적인 직업이 인생에서 때로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앞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 아니면 도전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도 스스로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퇴사가 아닌 휴직이라는 수단으로 내 앞의 절벽을 조금씩 징으로 깨고 있다. 새로운 길을 창조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겠다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열심히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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