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스마미 김여사 Jan 06. 2019

놀아보니 너무 좋다. 우리 같이 놀까?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약 10년의 사회생활보다 최근3년 휴직 기간 동안 삶을 좀 더 알아간 듯하다. 회사라는 틀 안에서 한 발짝 멀어지며 ‘삶’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시선이 이동했다고나 할까. 휴직을 했다고 해서 그동안 꿈꿔왔던 시간의 자유를 얻으면서 특별한 활동을 하거나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지는 않지만 집, 도서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훨씬 더 넓고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보다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관심 있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발로 뛰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이전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거 같다. 물론 일을 하지 않아 월급은 받지 못해 아쉽지만.


 내가 만약 둘째를 낳지 않고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열심히 일하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만족하며 일주일 중 5일의 자유를 빼앗긴 대신 2일의 휴가를 만끽한다며 열심히 돈만 써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내 삶과 같이.


 놀다 보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꼭 돈을 쓰지 않아도 즐거움이 도처에 널려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부터 행복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잠깐 나선 산책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좋고,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좋다.


 이렇게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데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신랑과 나누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어느 날 나선 산책길에서 행복을 느끼다가 신랑이 생각났다.  ‘분명히 우리 신랑도 이런 생활을 하고 싶을 텐데. 신랑이랑 매일 같이 이렇게 놀고 싶다. 그냥 같이 놀까? 그럼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흘러가다 나는 혼자 결론을 내렸다. ‘같이 놀 수 있을 때 같이 놀자.’


 아이들도 조금만 더 크면 부모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어 지금처럼 다 같이 매일 매일 놀 수 있을 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부모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할 때 막상 부모는 직장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대리진급, 과장진급, 아마 차장진급시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이미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느라 함께할 시간이 모자라다. 자아실현을 위한 성장이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고, 월급을 더 오래 받기 위해 가족과 가장 똘똘 뭉칠 수 있는 황금시기를 포기한들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신랑이 우리가족을 위해 지금 열심히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오고 있기에 불안감 없이 마음껏 내가 놀고 있기는 하지만 한사람의 희생으로 내가 행복한들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은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신랑은 정말 뛰어난 잠재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인데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그것을 펼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년의 시간, 아니 더 적은 시간만이라도 몰입할 수 있다면 대기만성 할 사람인데 그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랑의 월급이 당장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무런 준비가 없는 지금상황에서 불안하고 두려운 일 일 수 있지만 조금만 우리가 준비한다면 아이들이 조금 더 클 3년 정도 까지는 모아둔 돈으로 어떻게든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님 투자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면 생활비 정도 벌 수 있지 않을까? 미니멀리즘을 최대로 활용해 미니멈라이프 비용을 더 줄이면 몇 년은 쉴 수 있지 않을까?


 새벽. 넌지시 신랑에게 말했다. 놀아보니 너무 좋다. 소소한 행복이 뭔지도 알겠고 더 많은 세상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독서실 칸막이처럼 사방이 막혀 바로 너머의 세상을 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같다. 다시 오지 않을 이때 우리 같이 놀까?


 신랑은 잠시 멈짓 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진심이야?” 난 대답했다. “응.” 그날 새벽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같이 놀면서 할 여러 가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가더라도 사전 조사와 계획은 필요하듯이 우리는 같이 놀 방법과 계획, 만약 우리가 예상한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을 때의 조치방법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놀 날짜를 정했다. 1년의 준비 후. 우리는 같이 놀기로 했다.


 우리의 계획을 아는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우와! 그런 결심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라는 반응과 ‘앞으로 돈 들어 갈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정신이 나갔구나?’라는 반응이다. 같이 놀기로 결정을 해놓고 들려오는 주변에 말에 일절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내린 판단에 가끔은 자신이 없고,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삶을 사는 것은 행복을 위함이기보다는 단지 생계를 잇기 위함일 뿐이다. 지금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삶을 즐기고,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내가 가졌던 생각들과 생활방식이 다음 10년, 20년 후에도 그대로 반복되어 이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직위와 직책, 월급은 해가 갈수록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곧 나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보다 또 다른 10년 20년의 반복된 생활 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10년을 그렇게 살아봤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 인생은 지난 10년을 또 반복하기에 하고 싶은 일과 아직까지 모르는 새로움 삶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내가 행복하고 그 삶에 만족했다면 분명히 그 삶을 다시 이어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더 행복하고 새로운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과거의 삶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과 그럴 용기를 내보겠다는 시도가 또 다른 삶을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머릿속에 스쳐갔던 이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이번에는 기회를 잡아봐야겠다. 남은 시간 동안 조금 더 성장하고, 투자와 소비생활 방식에 약간에 변화를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같이 논다는 의미가 정말로 하는 일 없이 띵가띵가 놀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시간을 핑계로, 돈을 핑계로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겠다는 의미이다. 시간을 회사가 아닌 나의 의지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활용하며 꿈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의미이다. 서로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어딘가 숨겨져 있을 우리의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해보자는 의미이다. 이번에는 기회를 잡아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먼저 나가는 후배에게 해준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