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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만장자 홍사장 Jan 05. 2019

먼저 나가는 후배에게 해준 것은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은 너를 보며 철없는 투정일거라고 치부하겠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달라. 너만의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만큼의 경험과 가치가 있을 거야. 그것을 남들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시간이 흘러 지금 너를 이 시간, 이 위치로 잡아두지 못한 걸 후회할 수도 있고 너도 나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 나는 그저 너의 선택을 응원할 뿐이고, 그 길에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찾아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하려고. 잡아두고 끌어당기기보다 너 가는 길에 함께 있어주는 형님 같은 사람이 되어 줄께."


 요즘 시간 날 때마다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내가 조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언이 맞는데, 이 놈이 느끼기에는 꼰대가 잔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본디 아주 개인적인 사람이라 내 시간을 남들에게 할애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후배만큼은 나를 믿어주었던,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이기에 그가 퇴사라는 선택을 하였을 때 두 손, 두발 들고 환영했을 만큼 잘 되길 바라는 친구이다. 이런 친구가 같은 조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내 감정이 이입된 듯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설레기도 한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거들먹거리며 더 준비해보자고 했다. 나는 그날을 위해서 이것도 저것도 하고 있고 이만큼의 성과가 있어 조금만 더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너도 조금씩 준비해보고 아니면 시작이라도 하고 난 뒤 결정해보자고 나 딴에는 조언 아닌 조언들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런 말들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그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 비교하는 자체가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힘과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인데 사실은 주눅을 들게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였다.


 후배의 퇴사 결심을 들은 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에게 아직 큰 뜻은 없다.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만 하는 것이 없어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다는 이유라고 한다. 한번은 내가 이 친구에게 너무 헛바람을 불어넣었나? 나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너무 부풀려서 말 한건 아닐까? 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젊은이의 인생을 잡아주지 못하고 무너지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선배들이 말했던 그 안정적인 조직이란 것이 정말 우리를 보살펴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굳이 비바람 몰아치는 온실 밖 세상으로 나갈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이 후배와의 대화를 돌이켜보면 내 스스로를 감정이입 시켜 내가 하려는 것을 그   후배가 먼저 할 수 있게 독려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날은 후배에게 걱정 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굳이 환경을 바꿔보고 싶은 거라면 퇴사를 할 게 아니라 다른 부서로 옮겨보는 건 어떨까? 조금 여유가 있는 부서에 가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동안 월급도 더 모을 수 있고. 지금 당장 나가서 돈을 버는 행동이 아닌 돈을 까먹는 행동을 하게 되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을 꺼야. 나는 그게 제일 걱정되네. 너 스스로가 작아질까봐 말이야."


 하지만 나의 염려에 돌아온 그의 확신은 더 이상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가져다주었다.


 "선배님, 제가 회사를 나가려는 것은 선배님처럼 뭔가 더 많은 것을 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런 욕심도 없는 저니까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신이 섰습니다. 지금 내가 결심한 것을 실행하지 않고 여기에 안주해 있다가는 나중에 40이 되고 50이 되었을 때 후회할 것 같아요. 퇴사란 것은 이 회사에서는 마침표가 되겠지만, 내 인생에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무엇을 할지, 뭐 먹고 살지는 이미 행동한 후에 계획해나가도 될 것 같아요. 선배님이 매번 그렇게 조언해 주셨잖아요. 그리고 걱정하시는 만큼 그리 약한 놈 아닙니다. 저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있고, 스스로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다. 이미 훌쩍 성장해버린 후배 앞에서 나도 한번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는데, 막상 눈앞에 행동하고 있는 후배를 보니 스스로가 불안했나보다. 하지만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어지지 않은 미래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기에 더 이상의 조언이나 관심은 간섭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리고 가볍게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너무 무겁게 붙어 있으면 어려울 때 다가오지 못할 것 같아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문을 가볍게 열어놓으려고 한다. 요즘 들어 후배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먼저 나가는 인생 선배에 대한 한 가지 부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가서 나 잊으면 안돼! 좋은 아이템 찾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먼저 세상에 나가서 실패할 수는 있겠지만 좌절하지는 말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지만은 말자. 뒤따라나가는 내가 두렵지 않도록!!!"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만큼 했으면 많이 경험한 거야. 또 다른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고 경험하면 한번  더 성장하겠지. 남들의 기준에 맞는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 성장하는 삶을 이끌어가도록 하자. 조금만 기다려. 나도 곧 뒤따라 갈테니. 그때 나에게 꼭 이 한마디 해줬으면 해.


 선배님, 여기 참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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