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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1. 2024

나 혼자, 후쿠오카_1

이천이십사년 칠월 삼십일

쓰다만 글이 두 개나 있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새로운 글쓰기를 누르고 하얀 화면을 마주했다.

핑계를 대자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 쓰고 싶었거든.


혼자 해외여행 와서 밤에 글 쓰는 멋진 사람. 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한 이십대 청춘의 작은 허세.

그렇다. 혼자 일본 여행을 와버렸다. 여기는 후쿠오카. 한동안 인스타그램 추천 탭에 뜨는 후쿠오카 관련 게시글을 들여다보며 마음속 계획을 세우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건너오다 나 혼자 해외여행을 오게 됐다.


트립닷컴을 들락날락하며 최저가 항공권을 잡고, 여기어때를 통해 캡슐호텔을 예약하고, 유심을 사고, 해외여행자 보험도 들었다. 환율을 지켜보다 환전도 했다. 빨리했어야 했는데 모든 걸 급하게 하다 보니 우당탕탕 그 자체. 심지어 트레블 카드를 지난주 금요일에 신청해서 오늘 아침, 집에서 나오기 직전 간신히 수령했다. 여행 가기 전에 못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럭키비키였지 뭐람.


퀘스트를 하나씩 깨나가는 기분이다. 은행 가서 환전한 돈 찾아오기. 인천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타기. 일본에 잘 도착하기. 입국 수속 성공하기. 이코카 카드 충전하기. 공항 출구를 잘 찾아 나간 다음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역 도착하기. 숙소 제대로 찾아오기. 숙소 체크인 무사히 마치기.

일본 도착 후에는 줄 서느냐 시간이 다 갔고, 숙소 도착 후에는 셀프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예약번호가 자꾸 틀려서 애를 좀 먹었다.


비행기표를 결제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나 혼자 해내며 여기까지 왔다.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계획을 크게 세우지 않고 여행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엔 가고 싶은 곳을 모두 검색해서 구글 지도에 저장까지 해놨다. 물론 첫날부터 가고 싶은 음식점을 찾아 떠났지만 찾지 못한 채 엉뚱한 라멘집에 가서 저녁을 먹기는 했지만.

자꾸만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난다. 혼자 제주도를 다녀온 이후 또다시 나 혼자 여행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일본을 혼자 오게 되다니. 올해 해외여행을 두 번이나 하게 되다니.

(...) 꽤 멋진걸?


이라는 생각도 잠시, 영어도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참 바보 같다. 언어 공부의 필요성을 또다시 느끼는 중이다.


멋지게 살기 위해 애를 쓰는 나.

이번에도 알찬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갈 생각이다.

1박 2일 같은 3박 4일. 짧게만 느껴지는 3.5일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사람에 치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 혼자 갖게 된 이 시간. 친구와 함께 오고 싶었지만 나 혼자 오게 된 여행.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번 여행의 순간들을 글로 잘 기록하고 싶다.


재미난 인생을 살아보기 위해 애쓰는 어느 청춘의 여행일기.

두 번째 일본. 잘 즐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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