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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1. 2024

나 혼자, 후쿠오카_2

이천이십사년 칠월 삼십일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오후 열시 팔분 기준 이만이천팔백칠십육 걸음을 걸었다.

일곱시에 일어나 피곤함을 뒤로한 채 팔층으로 향했고,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의 여정

다자이후 천만궁, 텐진 지하가, 캐널시티 하카타. 더하기 주변 곳곳.


사람 없는 곳을 찾아 걷고 또 걸었다.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돌아다녔다. 젊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일본이지만 한국인이 반이다. 한국어로 된 안내문도 많이 보인다. 혼자 여행하기 쉬운 도시다.


캡슐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계속 놀라는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다 모인 기분. 멋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신기한 경험을 계속하고 있다.

생각보다 잠귀가 밝은 탓에 밤에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어제 맥주 한 캔을 마신 탓인지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 다음날 컨디션이 나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어서 다리가 아프고 발이 내 발이 아닌 느낌만 빼면. 돈 없는 이십 대 청춘의 여행이란 참 힘들고도 재미나다.

캡슐호텔을 숙소로 정한 이유도 돈을 아끼려는 마음 반,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반. 지금 아니면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냐고.

혼자 해외여행 가본 사람? 저요! 캡슐호텔에서 자본 사람? 저요!


여행 전에 최대한 돈을 아끼기는 했지만 환전한 돈 안에서는 나름 열심히 쓰는 중이다.

고민을 하기는 하지만 먹고 싶으면 먹고, 사고 싶으면 샀다. 심각한 결정 장애가 있어 고민의 시간이 매우 길기는 했지만. 물론, 사고 싶었으나 못 산 것들도 아주 많다. 돈 걱정 안 하고 여행하는 날이 오긴 올까.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업무 카톡은 끊임없이 온다. 물론 이번엔 최대한 떠넘기는 중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갈 생각에 벌써 무섭다.


피곤함이 피를 타고 온몸으로 흐른다. 정신이 혼미하고 눈이 감긴다. 집중력 제로. 확인해야 할 것들은 넘쳐나는데 다 볼 자신이 없다. 내일 또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하는데 큰일이다.


돈이 없으니 몸이 고생하는 여행. 내일을 위해 노트북 빨리 덮어버려야지.


아, 일본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에도 느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또다시 그들의 친절함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다들 친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여행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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