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유진 Sep 11. 2024

40, 20

이천이십사년 팔월 이십오일

한참 동안이나 제목 없음으로 있던 글하나를 지우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머릿속에 맴돌다 사라지는 주제들이 꽤 많다. 그중에 하나를 꺼내볼까.


월급에서 40만 원이 세이브되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한다. 한 달에 40만 원씩 저축할 수만 있다면. 40만 원을 나의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로운 삶이었겠지.

서울에 집이 있고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한 달 고정지출이 훨씬 적을 테니까.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집을 얻고 한 달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20대 청춘의 삶은 남들보다 더 덥고, 춥다.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로 여름을 버틴다.

며칠 전에는 전등 불이 나갔다. 깜빡이는 불을 보며 드디어 네가 수명을 다했구나 싶었다.

혼자 사는 삶은 편하고 좋지만 가끔은 외롭고 꽤 쉽지 않다. 혼자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스 점검 한번 받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평일 아침 열시부터 저녁 일곱시까지 저는 회사에서 일을 해요. 집에 없단 말이에요.


40만 원을 3달만 아껴도 120만 원. 5달을 아끼면 200만 원. 아이패드를 살 수도, 핸드폰을 바꿀 수도,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는 돈이다. 40만 원을 한 달만 아낄 수 있어도 좋겠다. 내 가족, 내 친구들에게 근사한 밥 한 끼 사주게.


한 달에 200만 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 20대 초중반의 생활은 여유란 게 많이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전셋집을 얻어서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지만 전세사기를 당할까 무섭다. 내 전제산을 잃게 된다면?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다. 어릴 때는 몰랐다. 그깟 돈 다시 벌면 되지 왜 아까운 목숨을 끊을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월세 40만 원에 도시가스와 수도세, 전기세, 방송 수신료까지. 집에 텔레비전도 없는데 수신료를 낸다. 아깝다. 텔레비전이 없으니까 수신료 취소를 하면 된다는데 전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듯하다. 귀찮은 일 투성이다.


일을 하고, 가끔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나름 할 건 다하고 산다.

지금 내 생활에 불만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다. 좁은 집이어도 좋다. 40만 원만 더 벌든, 40만 원이 안 나가든. 그거면 좋겠다. 한 달 월세가 아까워서 한 달 해외여행도 못 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 단 한 번도 3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다. 모두들 20대보다 30대가 여유로워서 좋다고들 한다. 나도 30대가 되어야 더 여유롭게 내 인생을 즐기겠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가진 게 많이 없는 20대. 서울에 집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어느 청춘의 넋두리. 끝.

작가의 이전글 다정, 실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